매일신문

대아그룹, 포항 떠난다…서울 이전 본격화

포항의 대표기업 대아그룹이 포항을 떠나 서울로 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황대봉(77) 명예회장은 거처를 서울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아그룹 관계자는 "사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본사 이전 논의도 한창이다."고 말해 오래전부터 서울로의 이전이 논의돼 왔음을 내비쳤다.

포항 시내버스를 모태로 성장한 대아그룹은 현재 대아고속해운, 대아금고, 경주CC, 학교법인 영암학원 등 10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포항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오너인 황 명예회장을 비롯한 황인찬 회장 등 황 씨 가문은 오랫동안 경북도내 종합부동산세 납부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킬 정도로 대구·경북 최고 재산가다.

대아그룹의 서울 진출은 기업경영 문제보다는 영향력이 예전보다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아그룹의 고위 임원은 "지난해 검찰조사 이후 황 명예회장의 마음이 포항을 떠났다."고 말했다. 2선 국회의원을 지낸 황 명예회장은 지난해 말 포항의 한 시민단체로부터 포항시내버스인 성원여객 회사 자금 43억 원을 횡령했다며 고발당해 5개월에 걸쳐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무혐의로 나왔으나 황 명예회장은 오늘날 대아그룹을 있게 한 모태인 성원여객을 곧 바로 매각했다. 버스 한대로 사업에 뛰어들어 거부로 성장한 황 명예회장은 성원여객을 35년간 운영해 왔다.

지역에서는 원로 자격으로 지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의견 수용보다는 사시적인 시각으로 비춰진 것도 황 명예회장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는 풀이도 있다. 황 명예회장은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보존 방안' '신축중인 대잠동 시청 신청사 위치 부적정' 등 포항시정에 대해 나름대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아그룹 모 임원은 "황 명예회장이 고향인 포항의 백년대계를 보고 이야기했으나 '혹시 이면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자 '이럴 바에야 포항을 떠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대아그룹의 서울 이전을 접한 시민들은 착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은 "포항 부자들의 탈 포항 촉매제가 될 것 같다."며 "포항에서 기업과 시민들이 공존하는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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