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온지 16년만에 선거권, 일본인 가와하라다씨

"저도 소중한 한 표 행사합니다. 여러분도 물론 하셔야죠."

일본인 가와하라다 노리코(45·여·영남이공대 건축과 전강) 씨는 31일 투표장에 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대구에 정착한지 16년 만에 선거권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뜬금없이 걸려오는 선거 홍보전화도 귀찮지만은 않다. 집으로 날아드는 선거홍보물도 유심히 들여다본다.

"10년 넘게 대구에 살다보니 대구사람 다 됐어요. 동네 아주머니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알아듣기 힘들던 사투리도 이젠 정답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번부터 선거권을 갖게 됐으니 대구시민으로 공인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가와하라다 씨의 고향은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노파심인지는 몰라도 외국인 신분인 제가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 미안한 부분도 있어요.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빼앗았던 과거가 있으니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그럼에도 투표의 기회를 준 것이 너무 고맙네요."

그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일본처럼 한국 젊은이들이 선거에 무관심하다는 것.

"여태까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많이 실망했기 때문인지 선거에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하지만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건데 실망만 하면 상황이 변하지 않잖아요. 특히 선거권은 뺏길 수 없는 권리입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소중하게 여기길 바랍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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