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니 제값받기 어렵고 입주하려니 있는 집이 부담스럽고….'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분양권을 받아놓은 신규 입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는 물론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분양권 매매 거래조차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1가구 2주택 중과세 정책으로 두 채를 소유하기도 부담스러워 이래저래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부동산 업소들은 "5, 6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매매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아파트 매매 자체가 어렵다."며 "여름 방학철을 넘어서야 어느 정도 거래량이 늘 것으로 보여 당장 입주를 앞둔 입주자마다 신규 단지 입주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동맥 경화증에 걸린 아파트 시장
올해 전체 대구지역 입주 물량은 1만 7천여 가구 정도로 이중 5월까지 6천여 가구 정도가 입주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신규 아파트 입주가 다가와도 살고 있는 아파트 처분이 힘들어지면서 입주 예정자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3·30 대책 등 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놓으면서 매수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어 기존 아파트 매매 시장조차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분양권 거래도 예전처럼 이뤄지지 않아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입주 예정자들을 빼고는 대다수 입주자가 갈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로서는 기존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 중 한 곳을 시세보다 싸게 팔거나 전세를 놓은 방법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신규 아파트 분양권 처분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역에 따라 분양권 가격이 몇 달 사이 30평형대를 기준으로 1천만~2천만 원씩 내렸지만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입주 예정일이 다가온 아파트를 팔고나면 분양을 받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수성구 화진공인중개사무소 신지연 소장은 "시지 지역의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분양권 가격은 2억 2천만~2억 4천만 원 정도지만 최근 분양한 단지 분양가는 이미 2억 7천만 원선을 넘어섰다."며 "입주 예정 아파트 외에 신규 분양을 받지 않은 이들 중 대부분이 분양권을 팔기보다는 입주를 선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높아진 입주율과 숨통 틔인 전세 시장
매매 거래가 끊기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신규 아파트 입주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올 들어 입주에 들어간 단지보다 당초 예상보다 높은 입주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지하철 2호선을 따라 수성구 지역에서만 7개 단지를 분양한 화성산업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단지들의 입주율이 70~90%에 이르고 있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통상 입주를 마치는데 6개월 정도가 걸렸지만 오히려 올들어서는 입주 시기가 당겨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입주일이 지나도 기존 아파트나 신규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를 놓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 올들어 입주하는 아파트 대부분이 분양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던 2003년 하반기와 2004년 상반기에 분양된 단지들로 분양 계약자 중 실수요자 비율이 높은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른 단지들의 경우도 입주율이 높기는 마찬가지.
1천149가구의 대단지인 북구 침산동 1차 대우 푸르지오의 경우 입주율이 93%에 이르고 있으며 올 초 입주를 시작한 북구 동서변 월드메르디앙은 99%,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달서구 월성동 삼성래미안도 입주율이 68%에 이르고 있다.
코오롱건설 배재권 홍보팀장은 "이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침산동 코오롱 하늘채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입주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82%가 입주를 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며 "실수요자들이 많은데다 분양권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입주 희망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입주 예정자들이 기존 아파트와 입주 예정 아파트 분양권을 매매 대신 전세로 내놓으면서 지난달 이후부터 전세난도 완화되고 있다.
올해 2, 3월까지 전세 물량이 사라졌던 달서구 용산동과 수성구 시지 지역 등을 비롯 대다수 지역에서 지난달부터 전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 달서구 용산동 대우공인중개사무소 정창국 대표는 "아직도 24평형은 전세 물량이 없지만 30평형대는 지난달부터 조금씩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며 "가격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아예 전세 물량이 없던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또 오는 8월부터는 4천 가구에 이르는 수성구 황금동 롯데캐슬화성골드파크 입주가 시작되는데다 달서구 지역은 송현 주공 등 대단지 재건축 이주가 끝나면서 하반기에도 전세난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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