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투표소 앞. "무슨 출마자가 11명이나 돼? 솔직히 누가 누군지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눈길도 안 가더라고."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50대 유권자는 혀를 끌끌 찼다.
이날 대구·경북지역 각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기표소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지역일꾼을 뽑는 이번 5·31 동시 지방선거의 후보자 선택기준을 명확하게 찾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후보자의 능력이나 인물 됨됨이보다는 특정정당을 보고 기표하는 '묻지마' 식 투표가 많았다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함께 후보자와 유권자를 연결시켜주는 장치가 미흡한 선거제도를 계속 고집하는 정치권의 '오만'과 '당리당략'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난립한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도 큰 특색이 없는 데다 한 선거구에서 여러 사람을 선출하는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첫 도입으로 투표권 행사에 더욱 애를 먹었다는 반응들이었다.
대구 중구의 기초의원 선거구는 두 곳. 두 곳 모두 11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대구 동구의 나 선거구 역시 11명의 후보가 뛰어들었다. 달성군 다 선거구에는 무려 13명의 후보이름이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
주부 서영순(44·대구 중구 동인동) 씨는"10명이 넘는 후보들이 출마하는 바람에 집으로 날아온 선거공보조차 찬찬히 못 읽었다."며"이런 상황에서 투표장에 나오니 기초의원 기표는 신경을 쓰지 않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모(31·회사원) 씨는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판에 함부로 투표하는 것도 우습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 다 선거구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70대 할아버지는 "6장을 기표해야 하는데다 출마자가 너무 많아 투표하는데 혼났다."며 "투표를 수십 번 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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