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일 열리는 금통위 '경기전망 만큼 불투명'

오는 8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융 전문가들의 전망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5.31 지방선거가 끝난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들썩거리고 미국은 추가 금리인상을 검토하는 등 금리인상 요인이 많지만 경기 여건이 민감한 상황에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결정적 제약요인도 버티고 있다.

경기.환율.물가.부동산시장 등 다양한 변수들의 방향성도 명확하지 않아 혹자에게는 인상론의 근거로, 혹자에게는 동결론의 근거로 활용되는 등 불투명한 요인이 만개해 있다.

◇ 지방선거 마무리와 부동산값 상승

5.31 지방선거 종료는 6월 금통위에서 새로 부각되고 있는 금리 인상론의 주요 근거 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해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흡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부동산시장 등에 대한 각종 규제에 융통성 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야당의 승리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위협을 받게되면서 정책 당국으로서 강한 입장을 천명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 널리 풀린 유동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동산시장의 존재도 금리인상 요인인 것이다.

최근 국민은행이 내놓은 '5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집값은 서울(2.2%)과 경기도.울산(이상 2.3%)이 오름세를 주도하면서 1% 올라 올들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정책 당국으로서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는 시점인 셈이다.

◇ 미국 금리 방향성도 '혼돈'

지금까지 16번 연속 금리를 0.25%씩 인상할 만큼 일관성을 보여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정책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원래 미 FOMC는 조만간 금리인상 행진을 마무리할 것이란 주장이 대세를 이뤘지만 최근 제기된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역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자니 경기가 걱정되고 그대로 두자니 인플레이션이 염려되는 애매한 상태다.

어찌됐든 미 FOMC가 6월 말 금리를 다시 한번 올리게 되면 금리가 연 5.25%가 되면서 4.00%인 한국 콜금리와의 차이가 1.25%포인트로 확대된다.

일본 및 유럽 등 여타 국가들이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그러나 경기지표는 '적신호'

문제는 경기다.

경기는 회복 국면에서 잠시 조정을 받는가 하더니 최근에는 '조정'이 '둔화'로,'둔화'가 '하강'으로 어휘 사용이 바뀌고 있다.

특히 경기 선행 지표들이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4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00.6으로 전월의 103.4보다 2.8포인트가 급락하면서 3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고, 경기종합지수 선행지수도 3개월째 전년 동월비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5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 지수가 8포인트나 하락했다.

1.4분기 국민총소득도 0.6% 감소, 1년 만에 최악이라는 데이터까지 제시됐다.

이에 비해 경기가 다소 거친 '조정'을 받고 있지만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이 아니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원화 강 세에도 한국의 지난 5월 수출은 2004년11월 이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환율 및 유가 변수는 요즘에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이용되고 있다.

금리 인상론자들은 원.달러 환율 급락 및 유가 급등세가 최근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니 이 때가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고 금리 동결론자들은 큰 틀에서 환율 하락과 유가 급등 기조는 경기 불확실성 요인인 만큼 금리 동결 요인이라고 항변한다.

물가 역시 안정돼 있다는 의견과 다소 불안해지고 있다는 해석으로 나뉘고 있다.

◇ 전문가들의 선택은?

점점 더 많은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는 데다 변수에 대한 해석마저 엇갈리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인상론과 동결론이 명확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결국 고려해야할 마지막 변수는 '경기'일 것 같다"며 동결을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도 "경기선행지표가 3개월 연속 꺾이고 있다는 점이 불길하다"며 "당분간은 관망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와 새론 램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3.4분기에 한국 경제가 반등, 정상궤도에 올라 설 것"이라며 "올해 금리를 0.50%포인트는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도 한국은행이 6월이나 7월에 콜금리를 한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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