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계 "이자제한법, 서민보호 도움안돼"

법무부가 4일 '서민법제 개선방안'을 통해 이자율 제한선을 연 40%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금융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번 이자제한법 개정은 서민들이 고금리 이자 때문에 신음하는 것을 막겠다는 선의의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막상 제도가 시행되면 서민들을 제도권 영역에서 비제도권인 불법 사금융의 영역으로 내모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법무부의 서민법제 개선 방안이 실제 시장 분위기에 역행, 서민 금융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차등화되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금리 상한 한도를 정하면 원래 그 이상의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은 결국 제도권 금융사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서민들은 결국 불법사채업체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이 업체들은 제도권 밖에서 영업하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상습적인 연체 등으로 금융사들로부터 평균 연 50% 이자율을 책정받고 있는 소비자 A씨의 경우 이자율 제한이 현행 연 66%에서 연 40%로 내려가면 불법 사채업체를 찾아가야 할 확률이 높아진다.

금융사들은 A씨가 빚을 갚을 확률이 50%에 불과하기 때문에 50% 이하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한다.

이자율 제한법이 연 66%라면 50% 이자율로라도 돈을 빌려주겠지만 이자율 제한이 40%라면 A씨에 대한 대출을 거부하게 된다.

따라서 A씨는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전전하다가 결국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부업체에는 이자제한법 대신 최고이자율을 연 66%까지 허용하는 대부업법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록 대부업체가 아닌 미등록 불법 사채업체들은 영업에 따른 위험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게 때문에 금리가 연 300~400%에 달하는 곳도 수두룩해 결국 A씨는 이자율 제한을 낮춘 법 때문에 되레 더 높은 금리를 주고 돈을 빌릴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부업법으로 이자를 제한한 후 사채시장 금리는 오히려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생기고 있다"며 "이자율 제한을 40%로 낮추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자율 상한선을 일정 수준으로 정해 서민들의 피해를 막을 필요는 있지만 너무 낮게 책정하면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계에서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대부업체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재정경제부와 함께 대부업법상 제한이자율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대부업체들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는 아울러 '임대차보증금 반환보장보험제'가 도입되면 그만큼 월세와 전셋값이 오르게 되면서 역효과가 발생할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부는 사채 이자율을 연 40% 이내로 제한하고 주택 임대인에 대한 전세금 반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서민법제 개선방안'을 이날 발표했다.

법무부는 공청회와 관계부처 회의 및 입법예고를 거쳐 늦어도 올해 안에 국회입법을 완료해 내년 상반기 중 관련법이 시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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