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들의 연쇄 자진사퇴로 인해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사실상 해산되면서 당의장 승계가 무산된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 위원장을 맡아 임시체제를 이끄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
2.18 전당대회 차점자인 김 최고위원은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 사퇴후 당의 '구심력'을 회복할 후임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4일 김혁규(金爀珪) 조배숙(趙培淑) 최고위원의 동반사퇴로 일단 당의장 후임승계는 좌절된 상태이기 때문.
의원들과 개별 접촉을 자제하면서도 전화통화 등을 통해 계파를 초월해 폭넓게 당내 의견을 수렴해 온 김 최고위원으로서는 의장직을 승계하느냐하는 고민은 없어진 셈.
대신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동반사퇴 의사를 즉각 밝히지 않으면서 7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에서 자신의 거취와 후임지도 체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이호웅(李浩雄) 이인영(李仁榮) 우원식(禹元植) 의원등 재야파 의원들과 긴급 모임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성명을 내고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동반사퇴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눈앞의 혼란을 방치하기 보다 당이 질서있게 새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일이고 그것이 설사 독배를 마시는 일이 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최고위원의 언급은 자신이 당헌.당규에 의한 후임 의장승계에 '직행'하지는 못했으나, '우회로'를 통한 당수장 진입의 길은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반적인 당내 사정으로 미뤄볼 때 김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 해체에 따른 비대위 구성과정에서 비대위원장에 추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대위원장도 형식만 다를뿐 사실상 당의장 승계와 같다는 점에서 김 최고위원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이다.
김 최고위원도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선거참패의 책임을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비대위원장직을 덥석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 점이 고민의 배경이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그가 앞으로 더 이상 뒷짐을 진채 강건너 불보듯 사태를 관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당이 선거참패의 충격파 속에서 '지리멸렬'한 상황에 빠져있는 만큼 비대위 구성과정에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 최고위원측은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은 '꽃가마는 타지 않지만 십자가는 짊어지겠다'는 입장"이라며 "국민에게 또 송구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고 이제 뒷짐지고 물러서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7일로 예정된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에서 '김근태 비대위원장'으로 당내 여론이 조성될 경우 당내 일각의 '제척사유론'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락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김 최고위원도 "당이 단결해서 새롭게 전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치를 하는 동안 다시 독배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의 판단은 똑같을 것이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쁘게 마시겠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과단성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김 최고위원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한 당의 부름에 응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반대여론에 밀려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지 에 당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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