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구술면접] 현대 사회의 신화와 영웅 만들기

▨ 예상문제

현대 사회는 공식적으로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이지만 '벤처 신화', '월드컵 4강 신화'라는 말에 나타나듯 '신화'라는 표기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통용되고 있다. 또한, 이는 특정 대상을 영웅시하는 영웅 만들기로 이어지고 있다. '해신', '불멸의 이순신' 등 사극을 통해 유포되는 영웅 이미지의 고착화는 '영웅 만들기'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신화의 예를 들고 신화를 통한 영웅 만들기가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 관련 기출 문제

·현대 사회에서 왜 '신화'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2005 서강대 문학부·사회과학부 수시)

·역사 드라마를 접할 때 시청자의 반응에 대해 말해 보라.(2005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수시)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사극에서는 부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라.(2005 서울대 인문 계열 수시)

·나폴레옹이나 박정희에 대해 평가해 보시오.(2005 연세대 인문 계열 수시)

▨ 논점 정리

▶ 신화의 의미

신화는 본래 신의 이야기를 뜻한다. 다시 말하면, 신화는 신격 내지 신적 인간에 의해 전개되는 신성한 혹은 신성시되는 이야기를 말한다. 신화를 뜻하는 'myth'는 그리스어 'mythos'에서 유래하는데, 논리적인 사고 내지 그 결과의 언어적 표현인 로고스(logos)의 상대어로서, 사실 그 자체에 관계하면서 그 뒤에 숨은 깊은 뜻을 포함하는 '신성한 서술'이라 할 수 있다.

신화가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인류 및 자연과 제도 그리고 집단의 기원을 밝히는 것이다. 즉, 신화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의 기원에 관한 신성한 전승 설화인데, 그것은 단순히 태고에 있었던 사실에 관한 서술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자연·문물·인간의 행동에 대해서까지도 규제력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신화 자체가 행위와 태도의 준거 틀이 되면서 의식 혹은 무의식에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화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틀은 '신성함'이라는 것이다. 신성함이라는 함의 속에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과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경외심이 담겨 있다. 신화를 신봉하던 시대의 사람들은 세계가 곧 신 내지 신적 표현의 산물이라고 믿었고, 창조의 주역은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말하자면, 신화는 초자연적 존재의 창조 활동을 설명하고 그 활동의 신성함을 드러내며, 이를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성스러운 현실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초자연적 존재의 행동이나 행위는 그 자체로 하나의 본보기가 되어 인간의 행위와 태도를 규제하기도 한다. 즉, 신화는 신성한 이야기이면서 삶의 근거이자 규범이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 신화의 역할

신화는 이를 수용하는 집단의 자기 동일성을 확인하고 통합을 꾀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 또 신성한 인물의 국가 건설을 다룬 건국 신화는 피지배자에 대한 지배자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는 신화가 배타적인 선민의식의 발로라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특히 정복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국 신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정복 전쟁에서의 승리와 건국의 위업은 천손이 세운 신성한 나라였기에 가능하다는 배타적 우월의 논리다.

신화가 내부적으로는 통합을, 외부적으로는 배타적 경계를 설정하고, 여기에 권력의 논리가 개입된다는 점은 신화의 유포와 관련하여 의미심장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신화의 힘은 그것이 시대를 초월하여 반복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이것을 공유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어느새 익숙한 것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에 있다. 그리하여 신화는 그것을 공유하는 집단 혹은 집단 구성원의 행위나 태도를 규제하게 된다. 즉, 신화가 익숙한 관례를 넘어 하나의 강력한 준거 틀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 현대 사회의 신화

현대 사회의 신화는 전통 신화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신적인 인물의 신성한 이야기는 사라졌지만, 나와 타자를 구분하고 배타적 우월성을 확인하고 이를 절대시하려는 시도, 특정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만일을 위한 만고의 진리이자 익숙한 관례로 만들어 내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의 신화가 제의를 통해 장엄하게 유포되었지만 현대의 신화는 대중 매체를 포함한 미디어, 일상적인 언어, 이미지, 상징 등을 통해 암암리에 유포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이 말은 '남'과 '여'의 이분법, 강한 남자와 연약한 여자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우리가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던 남과 여의 차이를 내면화한다. 동시에 이 말은 여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선 모성의 위대함을 찬미하고, 이를 숭고한 가치로 받아들이게끔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모성'은 신화가 되는 것이다.

◆ 예시답안 1

현대의 신화는 과거의 신화와 같이 신성하지는 않지만 대중의 의식, 무의식을 지배하고 이것이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끔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벤처 신화'는 창의력과 도전 정신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 줍니다. 그리고 성공한 벤처 기업인들은 영웅 취급을 받습니다. 이들의 성공담이 유포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벤처 신화에서 자신의 지위가 일시에 바뀌는 인생 역전, 즉 대박을 꿈꾸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통용되는 일입니다. 그 동안 대중 매체를 통해 벤처에 대한 환상이 지속적으로 주입되면서, 이것이 마치 대다수 사람들이 도전만 하면 이룰 수 있는 것인 양 착각하게 만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벤처 신화는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을 불가능한 꿈에 매달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대중들의 비판 의식 결여로 이어지고, 결국 지배층의 의도대로 대중을 움직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 예시답안 2

최근 몇 년간, 「대장금」, 「해신」, 「불멸의 이순신」등 사극을 통한 영웅 만들기가 하나의 유행처럼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영웅 만들기야말로 대중들의 욕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의 삶은 영웅의 삶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드라마를 통해 역사 속의 인물을 대면하면서 그들이 가진 신념과 정신을 동경하고, 이를 본받고자 합니다. 영웅의 삶에 자신의 삶을 이입하면서, 타인과 동일한 신념을 공유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즉, 사극을 비롯한 대중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영웅 이미지는 일종의 삶의 모델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대중들의 허위 의식을 조장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하여 닮고 싶은 삶의 모델을 하나쯤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중 매체에 비춰지는 영웅은 그러한 모델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