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켈틱 타이거'와 윔블던의 교훈

몇 년 전 인구 400만의 작은 섬나라인 아일랜드에 '켈틱 타이거'(Celtic Tiger)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모건스탠리가 아일랜드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두고 '영국의 인근지역을 지칭하는 켈트(Celt)'와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 4국이 네 마리의 호랑이'로 불렸던 것을 조합해 만든 말이었다.

아일랜드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서유럽 변방의 가난한 농업국가였고, 부족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동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던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불과 10여 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훌쩍 넘기고, 2005년에는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로부터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켈트 지역의 호랑이'란 별칭이 무색하지 않은 것이다. 한때 혹독한 식민지 시절과 IMF를 겪었던 작은 나라가 어떻게 단기간에 이런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원동력이 있었겠지만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가장 큰 바탕이 되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 아일랜드는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공급하고, 세금부담을 대폭 완화했으며,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없애버렸다. 아일랜드어가 따로 있지만 국민 대부분이 영어에 능통해서 언어적인 부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글로벌 기업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지금까지 아일랜드는 IBM, 델, 인텔, 화이자 등을 포함 약 1천200여 개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했다. 세계 15대 제약회사 중 13개가 공장을 두고 있고, 다국적 기업의 콜센터 70여개도 아일랜드에 상주해 있다. 대한항공의 유럽지역 콜센터나 LG전자의 유럽 디자인센터 등 다수의 우리 기업도 더블린에 둥지를 틀고 있다.

비단 아일랜드의 사례 뿐 아니라 최근의 중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 외자유치를 통해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찾았던 나라들을 생각해보면서 필자는 2006년 6월 6일 대구?경북의 경제현실과 대조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구·경북 경제가 지금처럼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60~70년대 대표산업이던 섬유산업이 사양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를 대체할 대체산업이 육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대구·경북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IT등 혁신선도형 고부가가치 산업과 지식산업, 고용창출형 핵심서비스 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여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예컨대 외국 유수의 대학 유치, 과학연구단지 조성, 의료산업 및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등을 추진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이를 위한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윔블던 대회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세계 모든 선수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둘째는 주최 측인 영국에 주는 경제적 효과가 크다. 셋째로 영국선수가 결승까지 가지 못해도 이 대회는 전세계인의 큰 관심을 끈다.

이러한 특징을 외자유치라는 구도에 대입해보면 우리 지자체도 외국기업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경기장(Playground)'을 제공해주고, 이를 통해 고용창출, 세수증대 및 선진경영기법을 챙기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대처수상이 '윔블던 테니스 방식의 외자유치'를 추진해 성공한 바 있다.

그러려면 투자처를 찾는 외국기업에 대해 차별화된 최적의 입지조건과 혜택을 제시할 수 있는 지자체의 과감한 시도가 요구된다. 이 경우 기존 국내기업과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으나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경영노하우 도입은 멀리 외국이 아니더라도 파주 LG필립스LCD 공장을 비롯해 4년간 105개 기업으로부터 138억 달러에 달하는 외자유치 성과를 거둔 경기도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 지방선거의 최대이슈는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정말 어렵다는 방증이다. 7월에 임기를 시작하는 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아울러 대구·경북지역 경제회생의 실타래를 아일랜드 사례를 단초로 슬기롭게 풀어내 머지않아 대구·경북이 한국의 '켈틱 타이거'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배영식 한국기업데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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