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알바 중...'
김인숙(33·여) 씨는 오늘도 새벽 6시쯤 일어났다. 초교 3년생, 유치원생 남매를 씻기고 먹여 학교로 보냈다. 숨돌릴 틈도 없이 '후다닥' 출근 채비를 한다. 오전 8시 반. 집 근처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2년 전부터 계산원으로 일하는 그는 매월 70만원을 받고 오후 6시까지 일한다. 싸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나니 휴대폰이 울렸다. 방과 후 아이들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와 "엄마 이제 나 뭐해야 해?"라고 묻는다.
"학원 보낼 돈이 필요해서요. 아이들 친구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면 우리 아이만 뒤떨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거던요."
지난달 그와 남편이 번 수입 370만 원 중 80만원 가량은 아이들의 미술·속셈·피아노학원비, 국·영·수 학습지 대금으로 나갔다. 자동차 정비사업소에 다니는 김 씨의 남편(37)은 퇴근 후 인근의 한 식당에서 주차 관리를 해주는 투잡스족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요즘,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에서 벗어나 뒤늦게 직장을 갖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만난 학부모들은 적게는 가계 수입의 20%에서 많게는 50%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면서 '적자' 가계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때문에 전문기술이 없어도 되는 가정도우미, 식당 보조, 학원 차량기사, 주부판매사원 등 일용직에 종사하는 30, 40대 주부들이 많다.
대구 중구의 빌딩가를 돌며 녹즙, 칡즙 등 웰빙식품을 판매하는 이모(36·여) 씨는 "초등학생인 두 아이 학원비로 남편과 자신의 수입 200만원중 3분의 1 정도를 쓰는데 매달 빠듯하다."며 "어떤 가정에는 어릴 때부터 뇌호흡학원, 속독학원까지 보내는데 남들 다하는 영·수 학원비 벌기도 바쁘다."며 한숨지었다.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0, 40대 여성 구직자 수는 2만273명이었으나 이중 23.3%(4천729명)만 취업에 성공할 정도로 취업문턱이 높다. 센터 관계자는 "경기침체에다 늘어나는 자녀 교육비 때문에 취업을 문의하는 주부들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빌딩, 지하철 청소 등 3D 업종 밖에는 취업 알선을 할 수 없고, 그런 자리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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