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섯 아이 있어 든든해요'…'사랑이 꽃피는 집' 문기정씨

대구 중구에서 조그마한 서점을 운영하는 문기정(51·여) 씨. 그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6명이나 있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드문 일.

속사정을 알고 보면 더 놀랍다. 아이들 중 넷은 가슴으로 낳았기 때문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도 사랑스럽지만 가슴이 시려 얻은 자식들도 제겐 무척 소중하지요." 동네사람이 문 씨 집을 두고 '사랑이 꽃피는 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10년 전 데려온 언주(21·여)와 동석(16)이 남매. 아빠 없이 정신지체장애인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 사랑을 몰랐다. 다만 아이들은 정신지체라는 엄마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뿐이었다.당시 아는 사람의 소개로 아이들을 처음 만난 문 씨는 뜨거운 눈물만 쉴새없이 솟았다고 했다.

"둘째 애를 낳고 3년쯤 됐나요. 대문 앞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생후 1개월도 안 된 갓난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있더군요. 남편과 수없이 고민을 한 끝에 어쩔 수 없이 아동복지시설에 보냈어요. 아이 셋을 키우기가 벅차다는 이기심 때문이었지요."

그는 "그때의 죄책감 때문에 언주·동석이 남매를 맡았다."고 했다.하지만 '남의 아이'를 키우는 데는 시련도 많았다. '뭔가를 바라고 키우는 게 아닌가.' 하는 아이 친척들의 오해의 눈초리는 물론 갑자기 형제가 돼 버린 아이들끼리 적응도 쉽잖았다.

"어린 시절 힘들게 자라 불쌍한 아이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남편과 한창 사춘기였는데도 엄마의 뜻을 잘 이해해준 아이들이 너무 고마울 따름이에요. 처음엔 이상한 눈초리를 하던 아이 친지들과 동네 사람들도 점차 마음을 열게 되더군요."

이웃 '눈총'에도 불구, 문 씨의 '사랑'은 더욱 성숙해졌고 점점 꽃을 피우면서 2년 뒤 두 명의 '열매'가 더 맺혔다. 어려운 형편의 홀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권우(14)·지우(10) 형제를 데려왔던 것.

"하루 종일 거의 굶다시피 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아버지의 보살핌이 전혀 없었죠.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문 씨의 진한 사랑을 받아먹고 자란 6남매는 엄마의 바람대로 바르게, 착하게 컸다. 첫째 유성(29)이와 둘째 정원(27·여)이는 대학원에 다니고 언주(21)는 특수학교와 직업 학교에 다니며 정신지체 장애를 어느 정도 극복,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정신지체 엄마 때문에 말을 배울 시기를 놓쳐 한동안 입을 닫았던 동석(16)이도 문 씨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일반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부모의 사랑을 일찍 잃은 탓에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던 권우와 지우도 지금은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착한 아들이 됐단다. 그는 연방 "자칫 삐뚤어질 수 있는 아이들이 바르게 커 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재래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남편과 함께 비록 넉넉지 않은 살림을 살고 있지만 제 곁에 든든한 6명의 아이가 있어 너무 행복하답니다." 환하게 웃는 문 씨의 얼굴에서 천사의 미소를 읽었다.

정현미기자 bori8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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