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부터 시작된 25년간의 군생활. 미국, 독일 등을 거쳐 대한민국 대구에서 근무한 지 16개월 째. 매일신문사로부터 경주 불교문화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군부대 특성상 자유로운 여행을 자주 못했는데 신문사와 함께 떠나 기쁨이 두배였다.
출발하기에 앞서 신문사 인근 '백세정'이라는 한식집에서 처음으로 생선 정식을 맛봤다. 마루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다소 불편했지만 음식상 아래로 다리를 뻣으니 좀 편해졌다.
주요리는 생선인 갈치였는데 생긴 모양이 칼같다고 해서 칼치라고도 한다. 또 오이를 재료로 한 반찬이 나왔는데 동행한 기자가 오이가 아니라 호박이라고 했다. 양배추 된장국도 너무 맛있어서 국물을 좀 더 달라고 해서 먹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행선지인 경주 불국사, 석굴암으로 향했다. 경주에 도착하니 집이며 그 지붕들이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한눈에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유서깊은 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거쳐 대구에서 1시간30분을 달려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불국사와 석굴암에 도착했다. 창건연대가 A.D 751년 또는 774년이라고 한다. 미국에는 종교적 건물이 주로 기독교와 관련돼 있어 불교식 건물을 마주하고 서니 그 독특함에 눈길이 자꾸 간다. 이곳 김순덕 문화유산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은 이곳저곳에 담긴 전통 한국 불교식 건물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일주문이라는 절 입구부터 무시무시하게 생긴 사천왕이 눈을 부라리며 절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금방이라도 후려칠 것 같이 서 있다. 미국에선 교회에 들어갈 때 입구에서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없는데 특이했다.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사천왕은 악귀나 나쁜 것들이 절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조금은 이해가 됐다.
불국사의 아름다운 경치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었다. 사찰의 구성은 인간계, 천상계, 극락계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불교사상에 근거해 정교하게 설계돼 있었다. 불국사 입구의 연화교, 칠보교, 백운교, 청운교의 네 다리는 시원하게 뻗은 직선과 우아한 곡선으로 양 세계를 연결하고 있었다.
돌을 다듬는데 있어 신라인들은 참으로 놀라운 기술을 가진 것 같다. 불국사 앞마당에는 두 개의 탑이 있었는데 하나는 예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한 다보탑이고 하나는 무뚝뚝해 보이는 석가탑이었다. 다보탑은 한국의 10원짜리 동전에도 조각돼 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아름답다.
불국사 경내 뒤쪽으로 돌아가다 보니 조그마한 돌탑들이 수없이 많이 쌓여 있었다. 절을 찾았던 사람들이 저마다 소원을 빌며 하나씩 쌓다가 보니 이렇게 많은 돌탑이 생겼다고 한다.
불국사를 구경한 뒤엔 토함산 정상에 위치한 석굴암으로 향했다. 석굴 안에는 많은 조각들이 바위벽에 새겨져 있었고 가운데 석가모니불이 자비로운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석굴암 모든 설계 역시 불경과 불교 사상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
신라인들에게 불교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신적 문화적 근거였으리라는 문화해설사의 해설은 석굴암이 갖는 심오한 불교적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석굴암 석가모니불은 온화한 곡선미가 영험한 빛을 발하고 있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지금껏 이토록 다양하고 체계적인 건축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모든 구성요소를 불교의 경전에 근거하여 건축한 석굴암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번 여행 기회는 한국의 불교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만든 신라인들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대단한 건축물을 만들었을까?'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놀랍도록 정교한 건축물을 만들었던 신라인의 노력은 후세를 위해 남겨놓은 신라인의 선물은 아니었을까?'라고 여겨졌다.
베벌리 라일리(44.여.미8군 캠프 헨리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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