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터키인들 "형제의 나라 한국 응원합니다"

6월 24일. 한국과 스위스전. 운명의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붉은악마는 출격채비를 갖췄고 시민들도 거리응원 출전 준비를 마쳤다. 이런 가운데 파란눈의 응원단도 가세한다는 소식이 있다. 터키인들이 태극전사 응원에 나서는 것.

"한국은 형제의 나라이자 가장 가까운 이웃인데 당연히 한국의 승리를 위해 응원해야죠." 경북대에서 유학하고 있는 후세인(30), 셀림(21), 무하마달리(21) 씨. 3명의 터키인들은 대구에 사는 터키인들을 모아 24일 거리 응원전에 가세할 것이라고 전했다. 붉은악마 티셔츠와 빨간 두건도 미리 준비했다. 출격준비가 끝난 셈.

맏형격인 후세인(경북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 씨가 이 모임을 주도했다. 영남대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터키로 돌아온 친구를 보고 한국에서의 공부를 결심,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그는 한국생활 1년차지만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 후세인 씨는 "터키가 응원하면 한국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하마달리 씨는 터키가 한국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를 당차게 설명했다. 돌궐족과 오스만투르크족 등 민족적 혈통 관계상 한국과 터키는 가까운 사이라는 것.

경북대 영어교육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무하마달리 씨는 한국을 좋아해 한국에 왔고, 한국사람들이 좋다며 이번 스위스전에서 한국팀의 승리를 점쳤다.

"한국이 2대 1로 이길 겁니다. 한국의 압박수비는 정말로 대단해요." 한국의 승리를 장담한다는 그는 가방에서 터키국기와 태극기를 꺼냈다. 언제 어디서나 한국을 응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그는 말했다.

무하마달리와 같은 학과에 재학중인 셀림 씨 역시 한국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는 2대 0으로 한국이 승리할 것이라며 자신도 한국팀 응원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2대째 한국과의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는 셀림 씨. 그의 아버지는 한국과 터키를 오가며 오랫동안 무역업을 해왔다. 한국에 오게된 것도 아버지의 권유 때문. 그는 아버지의 한국사랑이 자신의 한국사랑보다도 더 크다고 확신했다.

"1999년 터키에 지진이 일어났어요. 그때 한국에서 의료지원과 구호품을 엄청나게 많이 보내줬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한국인들이 터키돕기 성금으로 3억 원을 모았다고 하더군요." 이들은 한국인만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드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2년 월드컵 때 3·4위전 당시 많은 한국 응원단이 터키를 응원하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거리는 멀지만 마음으로는 이렇게 가까울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들은 56년전 터키 사람들은 한국에 직접 와 한국민들을 도왔다고 했다. 한국전쟁 때 참전한 것을 두고 하는 말. 그들은 터키와 한국은 전장에서 피를 나눈 형제인만큼 이번 스위스전 때 대구 거리응원에서는 터키인들이 한 몫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붉은악마 관계자에 따르면 터키 본토의 축구팬들은 전세기까지 동원, 스위스전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원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한국과 터키 간 끈끈한 인정을 확인케 하고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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