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취임하자마자 개헌 카드를 꺼냈던 임채정 국회의장이 어제도 "새 시대에 맞게 헌법을 연구하는 기구를 뒀으면 한다. 각 당이 이 문제를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마디로 실망스런 취임 일성이다. 이 나라가 지금 개헌에나 신경을 쓸 만큼 한가한 때인가. 국민은 당장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인 판이다. 그런 사나운 민심이 심판한 선거에서 크게 데이고도 돌아서서 개헌 타령이라니 어이가 없다. 집권당 출신 의장이라면 하반기 국회 운영은 민생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말부터 당연히 꺼냈어야 했다.
지금 개헌은 단순히 권력구조를 바꿔 보자는 것 아닌가. 물론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4년 중임이나 내각책임제를 거론하는 게 어색하지는 않다. 선거에서 이긴 자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승자 독식의 지금 대통령제는 비민주적 요소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날 수많은 전례에서 보듯 지금 이 시점에서 여당이 들고 나오는 개헌은 정치세력 간 야합이나 재집권 속셈부터 먼저 떠오르게 한다면 심한 소리인가.
시기적으로 여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쳐 있고, 다음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명분을 달더라도 그러한 시도는 개헌을 고리로 정계 개편을 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최고법을 일개 정치세력의 국면 전환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헌법도 바꿀 만할 이유가 있으면 손질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필요성은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 미래국가의 구축과 국민주권을 더욱 발현시킬 목적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충분한 공론 과정과 합의를 거쳐 조급하지 않게 추진하는 게 맞다. 지금은 1987년 민주화의 산물인 현행 헌법의 정신조차 온전한지 살피는 게 급선무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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