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인도견
안윤하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이
개라고
다 같은 개가 아닙니다
세상이라고
다 같은 세상이 아닌
뒷골목 후미진 어귀에서
사람의 길을 찾아
사람보다 더 묵묵하게 걸어가는
개,
그저
개일 따름입니다
흔히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 말은 사람 중에도 '사람다운 사람'이 있고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말일 겁니다. 우리는 '사람답지 않은 사람'을 '개 같은 사람'이라고 쉽게 말하지요. 그런데 '개라고/ 다 같은 개가 아닙니다'. 사람보다 나은 '개'가 있습니다.
'맹인 인도견'입니다. '사람의 길을 찾아/ 사람보다 더 묵묵하게 걸어가는' 것입니다. '사람다운 개'이지요. 그렇다고 '맹인 인도견'에게 우리는 '사람'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그저 '개'라고 하지요.
이 부조리 앞에 우리는 부끄러워합니다. 아니 부끄러움을 잊어가고 있는 것이 더 부끄럽지요.
구석본(시인)
댓글 많은 뉴스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나훈아 78세, 비열한 노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심 비판
판사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 "원칙은 무조건 불구속 수사…강제 수사 당장 접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