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집을 떠나 홀로 객지생활을 한 지도 벌써 5년째에 접어드네요.
어릴 때부터 집을 떠나서 홀로 생활해서인지 이렇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배타고 고기 잡으러 나가시던 아버지 뒷모습이 생각나네요.
저는 어릴 적부터 비가 오는 날을 무지 싫어했어요.
고기 잡으러 나가시는 아빠에게도 행상으로 고기 파시는 엄마에게도 비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으니까요.
흔히 철없다 말하던 어릴 적엔 시장 한 귀퉁이에서 커다란 빨간 다라이에 초라한 행색으로
고기를 팔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가끔씩 화장실에 가는 엄마 대신 그곳에 앉아 있노라면 창피한 마음에 얼굴 들기도 힘들어했었죠.
그러다가도 그 어린 제 마음에도 비 오는 날, 그 작은 통통배에 몸을 싣고 고기잡이 나가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왜 그리 슬퍼 보이던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20년간 배 타신 돈으로 배 한 척을 지어서 옛날보단 수월하시다고 하지만, 그 배를 볼 때면 아버지 얼굴에 있는 주름살만큼의 세월이 왜 그리 아쉽고 서러운지….
곧 부모님의 스물일곱 번째 결혼 기념일이에요.
학교 다닐 때는 돈 벌면 제대로 한번 챙겨드려야지 하고 맘먹었었는데 막상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제 살기 바빠서 챙겨드리지도 못하고 또 이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조금씩 모아둔 돈이 있는데 10월이면 만기예요. 비록 많지는 않지만 부모님 건강검진은 시켜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늘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이 걱정돼서 전화하면 신경질 내고 귀찮아하고 그랬던 제 모습이 오늘은 정말 죄송스럽게 느껴지네요.
저도 많은 나이를 먹진 않았지만 요즘은 친구들 부모님도 돌아가시는걸 보고하니깐 철없던 제가 철이 드나봐요.
오늘도 부지런한 모습으로 고기잡이를 떠나셨을 저희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현주(대구시 수성구 지산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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