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더운데 더 열(熱)받게 하네."
회사원 김인문(34·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요즘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졸린 눈을 비비는 것이 아니다. 집 앞에 늘어선 곱창집들 때문.
김 씨는 "집 인근 식당들이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식당 바깥에 테이블을 마구 설치하는 바람에 매캐한 연기와 냄새로 더워도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다."며 "고기굽는 냄새, 연기로 질식할 것 같고 새벽 늦게까지 술 취해 고함지르고 싸우는 식당 손님들로 인해 매일 밤이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밤샘 영업하는 식당의 소음·악취는 물론, 공사장의 소음·먼지, 에어컨 실외기의 소음·열기 등 생활공해로 고통을 겪는 '짜증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의 단속 손길은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부 최은희(34) 씨는 무더위에도 문과 창문을 닫고 잠자야 하는 처지가 속상해 '제발 살려달라.'며 대구 북구청에 진정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는 옆집 식당의 대형 냉장고 실외기 소음 탓.
최 씨는 "한밤중 실외기의 큰 소리에 놀라 잠깬 아이를 달래느라 밤을 지새운 적이 한두 번 아니다."며 "두돌 된 아이와 온 식구가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이젠 더는 못살겠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의 이모(45) 씨는 요즘 행사 도우미들에게 평온한 주말을 반납했다. 그는 "주말엔 조용히 쉬고 싶은데 인근 상가에서의 홍보를 위한 시끄러운 행사장 소리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며, "구청에 여러 번 진정을 냈는데 단속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아파트 공사장으로 변한 대구 수성구와 달서구, 북구 등은 공사장 소음과 먼지로 인한 '민원천국'이 됐다. 구청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는 '밤낮 구분없이 드나드는 아파트 공사차량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다.' '집안이 먼지 투성이다.' '새벽 6시부터 공사를 시작하면 인근 주민들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 등의 항의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가 음식물 쓰레기도 여름철 불청객이 되기는 마찬가지.
대구 서구의 한 주민은 "겨울철이면 가급적 자기집 가까운 곳에 음식물 수거함을 두려고 다투는데 여름철만 되면 이웃집 앞으로 밀어버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는 등 '얌체족'으로 변신한다."고 했다. 그는 또 "수거함 옆에 버려진 비닐 봉지에선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파리와 모기까지 들끓는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와 관련,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는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생활공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평소보다 2배 정도로 늘고 있다."며 "하지만 생활공해 대부분이 규제기준 이하거나, 관련 법률이 미비한 점이 많아 강력한 단속을 하기 힘든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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