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리경영·평생학습 갖춰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우리 사회와 기업은 마치 마피아 조직과 흡사합니다. 내부적 이익을 위해선 사회나 환경 파괴도 서슴지 않지요. 그러나 혁신하지 않고, 윤리와 환경, 학습경영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좋은 직장, 가장 가고 싶은 직장으로 손꼽히는 유한킴벌리의 CEO 문국현(57·사진) 사장이 27일 오후 강연을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 입사하기보다 퇴직하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인재중시와 평생고용을 지향하는 유한킴벌리를 지난 1995년부터 이끌고 있는 문 사장은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경영, 평생학습을 강조하는 국내 기업환경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최고경영자. 문 사장은 우리 기업들의 폐쇄성과 사회적 무책임, 비윤리성, 환경파괴를 신랄하게 지적하며 창조적 혁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매년 수천 명씩 고용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10년 전 고용창출 능력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10년 전엔 250만 명 수준에서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만 명으로 떨어졌다. 이는 사람 중심, 일자리 중심의 경영이 아니라 대기업들의 기를 살려준다는 명목으로 외환위기 때 정책 기조를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경영전략가인 짐 콜린스의 지적처럼 성공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선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발전 사명을 다하는 기업, 지속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학습하는 기업, 영혼이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사회적 책임보다는 기업 이익 추구에 더 급급하고 전세계 기업 중 저개발국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평생학습도 없습니다."

실제 유한킴벌리의 경우 세계 및 국내 대기업의 동종 업계 진출, 노사분규 등으로 인해 사업 중단의 위기에 처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골프 안 치기 운동, 접대 안하기 운동, 담합 안하기 운동 등 윤리운동을 벌여 노조로부터 투명성을 인정받아 통합, 단결로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대기업과 대형매장 등에서 쫓겨나는 등 윤리경영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지만 이를 통해 진정한 기업의 길이 무엇인지 처절히 경험했고 13년간 불신 등으로 대립 관계를 유지하던 노조와의 관계 회복으로 오히려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

유한킴벌리의 사전에는 '직원 해고'는 없다. 사람 대신 낡은 기계를 버리고 남는 인력과 시간을 활용, 평생교육 경영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는 다시 숙련자의 경험과 지식의 결합으로 창조적 지식 근로자를 양산하게 되고 기술 개발, 생산성 및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21세기 우리나라의 과제는 윤리적 투명 경영과 생명·환경·인간·가족 존중 문화 형성을 통한 신뢰사회를 구축하고 문화 및 제도혁신, 정보화, 평생학습, 근로자의 주인의식 등을 통한 지식기반 기술혁신체제를 갖추는 것입니다. 환경과 경제, 사회가 상생하도록 하는 게 바로 21세기 기업가의 정신입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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