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성 적자 구조의 공무원연금에 대해 조기 개혁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당연하다.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잇따라 열리며, 올해 말까지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2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의견이 좁혀지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이후 거의 매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었다. 2001~2005년 적자를 메우는 데만도 1조 원의 혈세가 들어갔다. 당장 내년을 고비로 2010년 2조 8천억 원, 2014년엔 5조 5천5억 원 등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판이다. 애당초 내는 돈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받도록 설계돼 있는 탓이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율 9%에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30~60%를 받는 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보험료율 17%에 퇴직 전 3년간 평균 월급의 최대 76%까지 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뀌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형평성 시비가 커지는 판에 공무원연금의 천문학적 적자는 혈세로 메우면서 국민연금만 칼질하려 든다면 어느 누가 동의할 것인가. 공무원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주저하던 정부가 마침내 칼을 빼들기로 한 데는 공무원연금 개혁 없이는 국민연금법 개정에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수준을 어떤 방식으로든 낮추는 쪽으로 검토될 것이다. 물론 공무원들은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개혁을 미룬다면 애꿎은 국민들의 굽은 허리만 더욱 꼬부라지게 하고, 국가 재정을 어렵게 만든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물길이다. 정부의 합리적이고 과감한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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