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나의 장밋빛 인생

지난 22일 대법원은 사법사상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와 긍정적인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 영화는 소아기 성적 정체성 장애를 보이는 소년의 이야기로, 트랜스젠더들이 어린 시절 흔히 겪는 에피소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7살 난 소년 루도빅은 분홍색 드레스를 차려입고 귀걸이에 립스틱을 바른 공주 차림을 즐기며, 자신은 소년이 아니라 소녀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옆집에 사는 남자친구와 결혼하기를 원하고 심지어 생리통까지 호소한다. 부모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아들은 점점 여자 노릇을 하기에 이른다. 결국 루도빅은 변태로 몰려 학교에서 쫓겨나고, 아버지는 해고당하기에 이른다.

성적 정체성 장애란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성적 역할에 지속적으로 불편을 느끼고, 반대의 반대의 성이 되기를 소망하는 증거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정신의학에서는 소아기 성적 정체성 장애, 청소년기 및 성인기 성적 정체성 장애로 구분한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성전환 수술 여부와는 관계없이 다른 성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므로, 외모나 복장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젠더인 20대 중반의 J군은 심한 우울감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는 보이쉬한 여자같았다. 고교 시절과 공익 근무시절 남자들과의 공동 생활이 죽도록 싫었다는 그는 요즘은 아줌마들이 근무하는 생산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사랑할 대상이 없는 외로움이라고 했다.

성적 정체성 장애는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치료가 복잡하고 완치율이 매우 낮다. 또한 치료에 대한 동기가 거의 없어서 병원을 찾는 이도 드물다. 병원에서 이런 환자를 마주하면서,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을 인정해주어 떳떳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자연스런 섭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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