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하고 섹시한 한국 여배우의 대명사 이혜영(44). 웬만한 사람은 쉽게 말을 걸기도 어려울 듯한 고고한 이미지를 풍긴다.
그런 이혜영이 라디오 방송에서 고상한 이미지를 과시하며 'knife'를 '나이프'가 아닌 '크니프'로 발음한다. 수필 '인연'의 한 대목을 읽은 후 저자인 피천득에 대해 "새로 등장한 신인 가수인가 보죠"라며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녀 주위를 감싸던 강력한 카리스마가 폭발력 있는 웃음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배우 이혜영이 7월 3일 첫 방송하는 KBS 2TV 일일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극본 목연희 등, 연출 박중민 등)에서 연극배우 출신 라디오 DJ 이여사로 출연한다. 연기 경력만 20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 배우인 그는 이번이 첫 시트콤 출연이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무서워하죠. 하지만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웃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코미디에 잘 어울린다고요. 나는 언제나 진지한데 사람들은 웃죠. 그런 진지한 모습이 시트콤에서는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도도해 보이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고도 싶었어요. 나를 더 보여주고 싶었죠."
하지만 중견 배우가 이처럼 전혀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특히 일일극은 특징이 되는 성격을 계속 반복해서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두려웠어요. 지루할 수 있죠. 그래서 영화, 연극보다 더 집중해야 하고 긴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기술도 더 필요하죠."
시트콤은 앞에서 예로 든 것처럼 이혜영에 대해 일반인이 가진 '선입견'을 코믹하게 비튼다. 그것도 아주 적나라한 수준이다.
"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누가 나를 몇 년 동안 관찰한 것을 글로 쓴 것 같았죠. 그처럼 한 작가가 나를 연구하듯 쓴 글을 만나 본 적이 없었어요. 다만 내가 가진 그런 면을 글로 다시 확인을 하게 되니 사실 기분은 무척 나빴어요."
이어 그는 "하지만 극중 캐릭터와 나는 전체적인 삶의 방식이 비슷한 것 같다"면서 "특히 라디오 진행할 때 틀린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맞다는 확신을 갖고 계속 가는 장면은 나와 정말 닮았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혜영은 극중에서 연예기획사 사장도 겸하고 있다. 평소에는 우아한 톤을 유지하지만 한 번 화가 나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다. 자유와 예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돈과 실리를 철저하게 따지는 인물이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는 1남3녀를 홀로 키우는 동네 병원 의사 이덕화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박상면 우희진 김형일 등이 출연한다.
그는 "이 시트콤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며 "전체의 하모니가 살고 후배들이 더 클 수 있게끔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주인공 이덕화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영화 '개벽'에서 부부로 출연한 적이 있고 '젊음을 그대 품안에'를 외치던 CF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면서 "이덕화 선배는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중 멜로의 경우 이덕화 선배와 이어지겠지만 나도 젊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우희진 씨와 삼각관계도 한 번 펼쳐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혜영은 SBS '패션 70s'에서 전설적인 디자이너 역,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의 어머니 오들희 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하류인생' 등에도 출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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