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 경영자에 올라 20여 년간 재직했던 잭 웰치는 5년마다 스스로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러면서 이에 답하기에 앞서 그가 자신에게 던진 또 다른 질문이 있었으니 "그것과 결합된 과제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다음 5년간 할 일을 확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는 이런 내적 질문을 통해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한 최우선 과제를 선정했다. 그리고 이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책임자들에게 맡겼다. 잭 웰치의 리더십은 그랬다. 그의 재임기간 GE의 시장 가치는 120억 달러에서 4천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그는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많이 회자되고 가장 폭넓게 모방되는 경영자중의 한 사람이 됐다.
리더십과 관련한 또 다른 일화 한 토막. 어느 날 피터 드러커에게 대은행의 인적 자원담당 부행장이 전화를 걸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가질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이에 대한 드러커의 대답은 명쾌했다. "리더십은 물론 중요하지만 '리더로서의 천부적인 자질'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카리스마'와는 더더욱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리더십이 카리스마도 아니고 성격상의 특성(자질)과도 관계가 없다면 도대체 리더십은 무엇인가? 드러커는 효과적 리더십의 기초는 '목표를 설정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기준을 설정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러커는 "물론 리더는 이 과정에서 타협도 할 줄 안다. 효과적인 리더는 자신이 우주를 통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직 잘못된 지도자들만이 자신은 언제나 옳다는 망상에 사로 잡혀 있다"고 답한다. 뭔가 근사한 대답을 기대하던 부행장이 이야기 말미에 볼멘소리로 물었다. "그건 우리가 다 아는 것 아닌가요?" 그러자 드러커 교수는 '그렇고 말고요'라고 짧게 답했다. 리더십은 책임지고 실천하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피터 드러커가 자신의 저서 '미래 경영'에서 밝힌 에피소드중 하나다.
내일이면 새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된다. 새로이 자치단체를 이끌 리더들에겐 어쨌든 최소 4년의 임기가 주어진 셈이다. 앞으로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지, 카리스마가 아닌 그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우선 이들 자치단제장들의 최우선 과제가 '지역 발전'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 다. 저 마다의 리더십이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21세기를 지방의 시대라고 한다. 또 모두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21세기 국가발전의 희망이 지방에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방의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우리는 과거 실패한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이 발전하지 못한 책임을 국가나 혹은 정권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이제는 아니다. 지방 스스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재정운용에 필요한 돈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국가를 탓하기 전에 국가를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어설픈 공무원들에게 일을 시키면 '예산이 없다' '규정이 없다' '권한이 없다'는 타령들을 늘어놓지만 정작 없는 것은 돈이나 권한이라기 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다.
지금 우리 지역은 안팎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우선 5.31 지방선거가 끝나자 마자 불거져 나온 대수도론은 지방화에 대한 기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3의 도시라던 대구만 하더라도 인구는 줄어들고 시세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1991년 이후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경북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첨단산업기반의 수도권 집중으로 제조업 공동화라는 잠재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물론 이런 현안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약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3일 취임하는 민선4기 자치단체장들이 각별한 리더십으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지방화 시대를 활짝 열어갈 것을 기대한다.
정창룡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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