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남 씨 '납북 부인' 납득 안 돼

고교 1학년이던 1978년 전북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돌연 사라졌던 김영남 씨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은 납북되지 않았으며 돌발적인 입북이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폭력을 피해 쪽배의 노를 젓다가 잠든 사이 망망대해에 이르러 헤매다 북한 선박에 구조돼 북으로 가게 됐다는 진술이다.

하지만 김 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들이 적잖으며, 그 경위조차 거짓으로 꾸밀 지경으로 언행의 자유를 속박당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의 말은 남파 간첩이 해수욕장에서 납치했다는 진술과도 전혀 다르다. 또 비슷한 시기에 전남 홍도 등지에서 납북된 고교생 4명의 경우를 떠올리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김 씨는 그 뒤 행적에 대해 점차 북쪽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공부하고 고향에 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게 계기가 돼 28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이 점 또한 석연치 않다. 선배 폭력이 무서워 쪽배에 몸을 숨길 정도로 심약한 그가 과연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겠는가.

김 씨의 아내였던 요코다 메구미 씨가 자살했다는 대목 역시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메구미 씨 등 적지 않은 일본인들의 납치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런 정황들로 봐서 김 씨를 특정 목적으로 납치했을 것으로 보는 건 결코 무리가 아니다. 김 씨는 오랜 세월 사상 전향 교육과 언행 자유 속박으로 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번 김 씨 모자 상봉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사실도 정치적 의도에 의한 전략일 것이라는 느낌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여전히 이같이 과거의 잘못을 선전전으로 덮고, 왜곡을 일삼는다면 남북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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