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차군단 구한 '거미손' 레만

개최국 독일과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 간 2006 독일 월드컵축구대회 8강 첫 경기가 열린 1일(이하 한국시간) 베를린 월드컵경기장.

연장까지 120분 간의 혈투에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이 승부차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력을 다한 독일 대표팀의 골키퍼 옌스 레만(37.아스날)은 그라운드에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때 동갑내기 골키퍼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이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전차군단 독일이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에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레만의 눈부신 선방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0-1로 뒤지던 후반 35분 동점골을 터트린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나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미드필더 미하엘 발라크도 결국 레만을 위한 훌륭한 조연이었다.

레만은 이날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 두 번째 키커 로베르토 아얄라와 네번째 키커 에스테반 캄비아소의 슈팅을 막아내며 독일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경기 종료 직전 루이스 곤살레스의 결정적인 헤딩슛을 몸을 날려 쳐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것도 레만이었다.

승부차기에서 캄비아소의 슈팅을 막아낸 뒤 포효하는 그에게 동료들이 달려들어 승리의 감격을 함께 나눴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이 주전 골키퍼 자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할 때 대부분의 팬들은 그래도 2002 한.일 월드컵 대회 최우수선수 칸이 골문을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레만이었고, 그의 결정이 옳았음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 치를 수록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레만은 이번 대회 8강까지 팀이 치른 5경기 모두에서 풀타임을 뛰며 3실점으로 독일의 4강행에 큰 버팀목이 됐다.

비야 레알과 2005-200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 후안 로만 리켈메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소속팀의 대회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끌었던 레만은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거미손' 골키퍼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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