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대형 산별노조 탄생…경영계, 후폭풍 '우려'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의 현대, 기아, GM대우 자동차 3사 노조가 산별노조 전환 투표를 가결, 중소기업 위주의 기존 금속노조와 통합하면서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 사용자들이 '초대형 노조' 출범에 따른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자동차 3사를 시작으로 금속산업연맹의 다른 사업장들이 산별노조 전환에 동참한 뒤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한 금속노조와 통합하면 노조 파워가 단위 기업을 압도, 잦은 파업과 임금 인상 요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대구.경북 금속노조는 30여 업체, 4천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5만명이 넘는 거대 노조. 여기에 현대자동차만 조합원 4만4천명에 이르는 금속산업연맹 사업장들이 가세하면 국내 노동계에 유례가 없었던 노조원 15만명의 초대형 노조가 탄생한다.

금속산업연맹이 금속노조와의 통합을 통해 이같은 초대형 산별노조를 추진하는 까닭은 급변하는 노동 환경에 대비해 노동계 힘을 한데 결집하기 위한 것. 내년부터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이 금지되고 복수노조제가 시행되면 기업별 노조 체제로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일단 자동차 3사 노조가 산별노조 전환을 가결한 이상, 이번에 부결된 다른 사업장들도 조만간 재 투표를 실시해 초대형 산별노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금속산업연맹 소속으로 30일 찬반 투표를 실시한 한국델파이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30일 산별노조 전환 투표를 부결시켰지만 다른 금속연맹 산하 노조원들과 하반기 재투표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세가 산별노조로 기울어진 이상 하반기 산별노조 전환에는 변수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대해 지역 경제계는 초대형 산별노조가 중소기업 사용자를 강하게 압박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업별 교섭이 중앙 차원으로 확대 되면 대기업 조합원들이 가세한 산별노조에 일방적으로 밀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 대구 한 금속업체 간부는 "금속노조의 잦은 파업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이 많다."며 "지역 중소기업 사용자들이 대기업과의 단일 교섭 창구에 끝까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거대 산별노조 출범에 따라 노-노 갈등도 예상된다. 임금 수준이 전혀 다른 대기업 노조원들이 중소기업 조합원들을 충분히 배려하기가 어렵다는 것. 중소기업 조합원들과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기존 대기업 노조가 임금 인상이나 복지 개선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속출해 대기업, 중소기업 노조원 갈등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대구지회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민노당과 연계해 하청기업 지원, 연금, 건강보험 체계 개선 같은 전산업적 투쟁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지만 대기업 노조원들이 전체 큰 틀을 보지 못하고 당장의 이익에 매달릴 경우 노조 활동에 큰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