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정은 잠시 접고…" 8강전 치열한 승부 '예고'

8강에 오른 팀들의 많은 선수들에게 이번 독일월드컵대회 슬로건인 '친구를 만드는 시간'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전통적인 강호의 국가들이 8강에 진출했고 8강 국가의 우수한 선수들은 명문 클럽에서 같이 뛰면서 이미 친구가 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등이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레알 마드리드, 첼시, AC밀란, 올림피크 리옹, 바이에른 뮌헨, 벤피카 등의 선수들이 월드컵 8강에서 뛰게 됐다는 사실과 통한다.

그래서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화된 축구의 세계에서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레알 마드리드의 친구인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에게 '골을 넣으라'며 친근감있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조국의 깃발 아래 모인 월드컵의 전사들은 잠시 우정을 접어두고 치열한 승부를 벌여야 한다.

▷프리미어 리그의 동지에서 적으로(잉글랜드 대 포르투갈)=격렬한 전투처럼 펼쳐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첼시의 한솥밥을 먹는 조 콜(잉글랜드)과 히카르도 카르발료, 파울로 페레이라(이상 포르투갈)는 서로를 잘 알기에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조 콜의 빠른 돌파를 막기 위해 카르발료와 페레이라는 거친 몸싸움과 태클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잉글랜드의 엔진인 프랭크 람파드(첼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잉글랜드의 중앙 수비수 존 테리와 포르투갈의 수비형 미드필더 마니시 히베이로도 첼시에서 협력 수비를 하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적이다. 때때로 전방에 침투하며 멋진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는 마니시의 움직임에 존 테리는 거칠게 맞설 수 밖에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게리 네빌(잉글랜드)은 팀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춤추는 듯한 드리블 스텝을 프리미어리그에선 즐겁게 바라봤겠지만 독일에선 아니다. 잉글랜드의 중앙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같은 팀에서 포옹하며 골 세리머니를 나눴던 호날두를 가차없이 밀어부칠 것이다.

잉글랜드의 주장인 데이비드 베컴은 포르투갈의 주장인 루이스 피구와 한때 레알 마드리드에서 정을 나누었으나 팀의 승리를 위해 대결을 벌여야 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잉글랜드)는 리그 경기에서 자신에게 부상을 입혔던 페레이라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들만은 라이벌 팀에 속해 있으므로 굳이 친근함을 접을 필요가 없다.

▷명문팀들의 동료들, '싸워야 할 시간'(브라질 대 프랑스)=아스날에서 질베르투 실바(브라질)는 티에리 앙리(프랑스)의 득점을 언제나 축하해 줬지만 이젠 축하해 줄 수 없으며 축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주니뉴(브라질)는 올림피크 리옹에서 보여주던 날카로운 중거리 슛과 프리킥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지만 에리크 아비달과 실뱅 윌토르(이상 프랑스)의 박수 대신 태클을 받게될 것이다. 공격을 즐겨 하는 프랑스의 윙백 윌리 샤놀은 바이에른 뮌헨의 동료인 루시우(브라질)와 몸싸움을 벌여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라울(스페인)은 팀 동료 지네딘 지단(프랑스)을 최종적으로 은퇴시키려 했지만 얼굴이 일그러진 채 그라운드를 떠났고 GK 이케르 카시야스는 지단에게 골까지 허용했다. 호나우두, 호비뉴, 카를로스 등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 소속 브라질 친구들도 이제는 지단의 불꽃같은 활약을 저지해야 한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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