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스타의 광고

텔레비전을 켜면 수많은 광고들이 쏟아져 나온다. 멋진 남자가 파는 화장품, 지명도 있는 영화배우가 선전하는 사채광고, 깨물어줄 만큼 귀여운 아이들이 선전하는 주스류, 심지어 전문가들이 선전하는 각종 상품들도 있다.

홈쇼핑을 보라. 얼마 전 헬스센터에서 명을 달리한 개그맨이 선전하던 다이어트약, 보톡스 맞기 싫어 은퇴했다는 유명한 탤런트가 선전하는 화장품, 국민사회자인 나이 드신 방송인이 선전하는 정력팬티까지 없는 게 없다.

스타에게 있어서 CF 광고료란 것은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30대 직장인이 평생을 벌어서 모을 수 있는 돈을 단 한 번 계약으로 챙기는 실정이니 그들에게 광고모델을 하지 말라고 말 할 수는 없다.

다시다 광고로 유명한 탤런트 김혜자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모델로 등장하는 광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광고다. 천연조미료 붐이 일고 있는 요즈음. 너도 나도 다시다. 미원이라는 첨가제를 쓰지 말자는 추세다. 그저 고향의 맛이라며 웃는 그녀의 광고는 그저 연기일뿐이다.

그것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이른바 여성용 잡지 인터뷰에 보면 잘 쓰는 제품이라며, 명품 화장품을 선전하는 여성 배우들, 패션의 선두를 달리며 패션쇼에 나오는 그녀들, 그녀들이 걸치는 장신구는 페라가모이며 불가리, 샤넬 등 이름있는 제품이다. 그녀들이 한국화장품을 선전할 때면 솔직히 텔레비전을 끄고 싶어진다.

꼭 집어 이야기한다면 라네즈란 상품을 선전하는 모 배우의 화장대를 들쳐 봤을 때 과연 자신이 선전하는 회사의 화장품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 진다.

고소영이란 유명한 배우가 로레알이란 제품을 선전할 당시,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화장품 회사와 계약을 한 일화가 있듯이 그들에게 있어서 광고는 고수입 부업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어떤가?

나만 해도 보험청탁을 위해 찾아오는 보험 설계사 친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네가 그 회사에서 일 년 이상 일하면 내가 하나 들어줄게.'라고 .

보험이 나 좋아라고 드는 것이지만 그 상품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설계사에 대한 신의 또한 중요한 것이기에 그런 단서를 붙인다.

아줌마 같이 선선하게 웃는 모습이 좋은 중견탤런트의 웃음으로 그 상품을 사고, 깐깐하게 따져 교육시킬 것 같은 당찬 새내기 엄마 탤런트에 속아 학습지를 고른다. 그러나 일년만 지나면 그 광고모델들은 또 다른 회사에 등장한다. 더 웃긴 것은 이들이 입고 나오는 옷 위로 찍힌 상표를 가리기 위해 모자이크를 하는 경우다. 차라리 완벽하게 지우지 못할 거면 모자이크 처리를 말든지. 제품 선전하는 모델이 평상시 입고 나오는 브랜드는 자신이 광고하는 것과 다른 것이고, 그걸 가려야 하는 방송사의 흐린 모자이크 화면은 방송을 보는 내내 시청자를 불편하게 한다.

가수가 주연을 맡아 연기력이 들여다 보이는 드라마를 하고 있는 이 시대에 CF광고는 아주 멋진 연기를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버는 것은 뻔한데 사야할 것은 많은 이 시대에 나는 과감하게 모델들에게 양심선언을 요구해 본다. 차 모델들이여 방송이 나가는 단 일년만이라도 자신이 선전하는 차를 타고 다닐 수 없나요?

대구의 관문시장은 고령 같은 시골에서 텃밭을 일구던 할머니들이 나와서 각종 야채를 조금씩 파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차를 몰고 지나갈 때면 항상 그곳에서 내려 조그만 됫박에 담은 콩이며. 조, 혹은 거뭇한 흑상치를 천 원어치 씩 사가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색시 이거 떨이야 마저 가져가"라고 권하는내 어머니 같은 애처로움에 한가득 상추를 사고서 그 상추를 처치하기 위해 고깃집으로 들어가 삼겹살 몇 근을 들고 나오는데 꼬부랑 할머니는 어느 창고엔가 들어가 상추 몇 단을 들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씁쓸하게 웃음짓는 나는 그날 저녁 식구들을 불러놓고는 너스레를 떤다. "이거 정말 맛있는 상추야. 시골에서 직접 재배한 거야 먹어봐 맛있지?"

나도 이미 연기자인 것을···.

이소연(극작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