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집권야당의 폐쇄성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 기자회견장.

7·26 재보선 공천에서 탈락한 강삼재 전 의원은 울분섞인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저는 이제 그 힘겨웠던 짝사랑을 접고자 합니다. 신의를 저버린 정당에, 저의 참사랑을 철저히 외면하는 정당에, 제가 몸담고 헌신할 이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며, 마산갑 재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3년 소위 '안풍(安風)'사건으로 홀연히 정계를 떠났던 강 전 의원. 안풍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만 해도 화려한 행보가 예상됐던 강 전 의원의 정계복귀는 이렇게 무산됐다.

당초 7·26 재보선은 강 전 의원의 정계복귀 무대가 될 것이 확실시됐다. 강재섭 의원 등 당 실력자들의 든든한 후원이 예견됐고 강 전 의원에 대한 동정여론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판에 당내에서 돌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과거회귀론'이 강 전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공천심사가 진행되면서 이같은 여론이 돌기 시작했고 강 전 의원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전당대회 당권 도전에 나선 강창희 전 의원이 "10월에는 10월의 논리가 있고 12월에는 12월의 논리가 있다."며 거들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강 전 의원의 정계복귀는 이렇게 실패로 끝났지만 이는 곧바로 당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 정권에 등 돌린 민심과 지방선거 완승이라는 상승효과 때문에 한나라당이 차츰 폐쇄성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이미 집권한 것으로 착각을 하고 소위 '파이(Pie)'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실제로 강 전 의원의 예와 마찬가지로 지방선거 전에도 당내외에서는 이같은 비판론이 비등했다.

경기도지사 경선 참여가 좌절됐던 이범관 전 광주고검장의 말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말로는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경기도지사) 경선 참여조차 막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그는 "당의 일부 세력이 (벌써부터) 기득권 유지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고검장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비판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해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정당 문호가 가장 개방적인 선거 때가 이 정도라면 평소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게 당 주변의 말이다. 최근 입당한 한 인사는 "당에서 자리 하나 맡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면서 "내년이면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당이 이런 식으로 편협하게 가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재능만 있으면 등용을 한다'는 조조의 인재등용론까지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범우파연합'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이라면 문호개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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