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문을 열고 처음으로 주위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올 때 부모들은 즐거움에 빠진다. "이게 뭐야?" "저건 또 뭐야?" "이건 왜 이래?" "저건 무엇 때문에 그래?"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는 건 행복이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정성을 다해 답하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끝없이 질문을 쏟아낼 때 부모들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알고 있던 지식이 동나고, 이리저리 갖다 붙일 말도 찾기 어려워지고, 마침내 미심쩍어하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후회가 밀려온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자녀의 성장과 함께 세상의 모든 부모가 겪게 되는 일이니까. 그래서 책이 존재하는 것이니까.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대개 과학 분야. 인문이나 사회 분야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건 그 다음이다. 묘한 건 아이들의 질문이 과학의 기본적인 원리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과학책을 사줄 때 유념해야 할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서점 한 코너를 뒤덮을 정도로 러시를 이루는 과학책들 가운데 상당수는 함량 미달이다. 묻고 답하기 식의 딱딱한 설명책,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나 단원에 맞춘 공부책, 보기 좋으라고 만화와 사진을 덕지덕지 입힌 잡지책 같은 건 오히려 과학에 대한 오해를 불러오기 쉽다. 원리 이해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꿰면 평생 과학이라는 과목에 고개를 가로저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과학 첫발'은 시각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오를 대로 오른 요즘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좀 촌스럽게 편집됐다는 인상을 준다. 정겹지만 다소 거친 캐릭터들이 생활에서처럼 농담을 주고받는 게 삽화의 전부다. 공식도 그래프도 사진 하나도 없다. 탐험 형식의 구성도 좀 식상해 보인다. 이야기 하듯이 편안하게 따라 읽으라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상황 그리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억지스런 면도 보인다.
서점 한 켠에서 이 책을 선 채로 5분 이상을 읽은 것은 단지 얼마 전에 괜찮은 인상을 준 '역사 첫발'을 펴낸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이유뿐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책을 접기가 힘들었다. 이 책이라면 그동안 아이에게 제대로 답해주지 못한 내용들을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 때문이었을까. 주저 없이 계산대로 향했다. 집에 와서 혼자 끝까지 읽고 나자 이 책은 결국 아이의 몫이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책을 건넸다. "이 책 읽고 이해 다 하기 전엔 아빠에게 질문 하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 뒤에 쏟아질 게 분명한 골치 아픈 질문에 대한 걱정은 그때 하기로 하고.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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