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2008년 북경 올림픽을 기다리며…

2008년 8월 8일 8시에 중국의 수도 북경에서 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다. 중국은 발전을 의미하는 '발(發)'과 숫자 '8'의 발음이 같다보니, 유독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1978년 개방 이후 중국경제는 연평균 9%대의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상하고 있다. 북경 올림픽은 이러한 중국의 위상변화를 세계가 인정하고 자축하는 세리모니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2년이나 남은 북경 올림픽을 왜 지금부터 서둘러 이야기하는가?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북경 올림픽과 중국발 거품 붕괴와 타이밍 상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해 초,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은 2006년 세계경제의 3대 위험요인으로 미국 쌍둥이 적자 누적과 달러화 약세 기조 지속, 미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붕괴 가능성, 고유가 기조의 지속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세계경제의 안정과 관련하여 미국경제의 위험요인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그러나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본질은 중국경제의 고성장과 버블붕괴 가능성에 있다.

먼저 고유가부터 보자. 세계 원자재와 투자의 상당 부분을 삼키고 있는 중국이라는 블랙홀을 상상해 보자. 2004년 현재 중국의 원유 소비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중국 경제의 비약적 성장에 따라 2020년에는 88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는 곧 물가상승으로, 물가상승은 고금리로, 고금리는 부동산 경기와 세계경제 내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중국 경제의 비약적 성장과 시장경제체제의 정착이 반가우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적잖은 우려를 갖는 첫 번째 이유이다.

다음은 중국경제의 초과 공급부분을 보자. 중국은 철강, 자동차, 전자, 시멘트 산업분야에서 중복투자와 대규모 설비 확충으로 이미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2004년 말 현재 산업재고가 GDP 대비 2.6%로 중국정부 예상치 보다 8배를 초과한 상태다. 산업 인프라 투자와 성장을 동시에 추진하다 보니 중복 또는 과잉 투자문제가 누적되고, 결국 산업재고 증가로 이어지면서 중앙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운용에 잠재적 장애요인으로 굳어지고 있다. 올 초 중국 국무원은 '공급과잉산업의 구조조정 촉진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보다 강력한 긴축정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미 공식화된 국가차원의 대형 프로젝트가 많다보니 정부 긴축 안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시 된다. 중국 경제 거품의 한 단면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불균형과 미국의 환율정책이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버그스텐 소장은 올해 위안화가 20%까지 절상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중국 간의 밀월관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위안화의 대미 달러 절상 폭을 현재의 50%선까지 주장하고 있다. 제2의 플라자합의를 도출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05년 현재 8천18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올해 들어 매 분기마다 일본과 1위, 2위를 주고받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가 3%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늘어난 외환보유고를 이용하여 미국 국채를 매입해 줘 나타난 기형적 현상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채무에 대한 간접 탕감을 의미하며, 이렇게 되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 보유액 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환율정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세 번째 중국 발 위험 요인이다.

미국은 2004년 6월 이후 모두 17차례 연속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주택경기 연착륙, 인플레이션 압력 억제 및 환율정책의 조화를 잘 이끌어내고 있지만 이러한 자구 노력이 언제까지 효력을 보일 지 예측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개방과 민주화가 성숙하지 못한 중국을 바라보면서 거품이 터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이미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커버린 중국을 보면서 북경 올림픽 이후 높아질 수 있는 세계경제 불확실성에 대해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21세기 세계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사회 안정망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곽수종(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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