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회는 끝났지만…" 장애인들의 계속된 '눈물'

"우리 아들은 정신지체 1급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15살이지만 정신연령은 2살배기입니다. 그런데 우리집에 장애인이 또 하나 늘게 생겼습니다. 제가 손가락을 심하게 다쳐 일도 제대로 못하게 된 것이죠."

손다친 이유를 설명하던 서상문(46·동구 효목동) 씨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냉대가 무섭도록 서러웠다고 했다. 장애인들의 권리요구에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은 물론,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오면 무조건 '폭력시위'로 간주해버리더라는 것.

"지난 달 23일 대구시청 앞에 갔습니다. 우리 아들같은 장애인들의 복지에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는 집회였죠. 그런데 대구시 공무원과의 약속때문에 시청에 들어가려던 길을 경찰이 무작정 막아섰습니다."

그는 "약속이 돼 있으니 들어가야한다."며 길을 열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입구에서 차단당한 한 중증장애인이 전투경찰들에게 에워싸여 꼼짝달싹못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 분을 빼내야겠다는 생각에 손을 내밀었는데 제 손이 그만 전경 헬멧에 끼었습니다. 소리를 지르며 손이 끼었다고 말했지만 그 전경은 손을 빼내주기는커녕 제 손가락을 헬멧에 끼운 채 한발짝 뒤로 물러나버렸습니다. 결국 손가락 뼈가 으스러져버렸습니다."

그 후 서 씨는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도살장에서 고기를 받아와 업체에 납품하는 일을 하는 서 씨. 힘든 육체노동이어서 한 손으로는 해내기 불가능한 일이다.

"손을 다친지 닷새만에 대구시청을 관할하는 대구 중부경찰서 서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시위도중에 생긴 불상사는 책임질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폭력시위를 한 것도 아니고, 약속된 장소에 들어가려던 저를 오히려 경찰이 완력으로 밀친 것인데…. 사과는 커녕 위로 한마디 듣지 못했습니다." 그는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장애인들에게는 몽둥이 역할을 하더라고 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장애인 가족들이 흘리는 눈물을요. 약자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이, 그리고 그들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권력이, 저희들에게 더 이상의 눈물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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