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전자 구미 투자, 지역 모바일산업 '재도약' 기회

삼성전자가 오는 2008년까지 2천900억 원 가량을 투입, 구미사업장에 지하 4층, 지상 20층 규모의 초대형 R&D센터인 '무선기술동'을 짓기로 결정함에 따라 경북(구미)·대구의 모바일산업이 재도약의 전환기를 맞았다.

무선기술동이 완성될 경우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모바일 R&D 인력은 현재 2천여 명에서 4천~5천 명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 수원에 근무하는 모바일 R&D 인력이 2천500여 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모바일산업 분야에서 구미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구미는 모바일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R&D 등 핵심기능은 수원으로 다 빼앗긴다는 지역사회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모바일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R&D 기능이 자꾸 수원으로 집중되면서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덩달아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계획대로 삼성의 구미사업장 투자가 이루어지게 되면 지역업체들이 대구경북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뿐만 아니라, 수도권업체들도 일거리를 찾아 대구·경북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특히 구미사업장이 R&D 기능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구미-대구 IT(정보기술) 라인에는 하드웨어인 단말기 생산과 R&D, 그리고 모바일SW·콘텐츠 기업, 인력양성 및 기업지원 시스템 등이 일체를 이루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모바일클러스터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지역대학들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새로 늘어나는 2천~3천여 명의 모바일 R&D인력 중 상당부분이 지역대학 졸업생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장재호 신산업팀장은 "구미-대구 모바일클러스터의 형성과 발전은 지역대학 출신자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 "삼성전자 구미 R&D센터가 본격 가동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2년 이상이 필요한 만큼 지역대학들은 세계 일류기업 삼성이 만족할 만한 우수인력을 키워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특구 유치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계획은 구미·대구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정보통신부는 중소기업 위주로 모바일특구를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면서 "하지만 필드 테스트베드인 모바일특구의 최종 수혜자는 단말기를 생산하는 대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구미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라 모바일관련 SW중소기업이 대구·구미라인에 더욱 집적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어떤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모바일특구의 강력한 후보지는 대구·구미 라인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삼성전자가 올해 초 200억 원을 들어 모바일 필드테스트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펙트럼 테스트베드를 완성하고도 정통부로부터 주파수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투자결정을 계기로 이 문제도 함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성우·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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