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개각 통해 '레임덕 차단' 나서나?

당·청 갈등·정계개편 뇌관 가능성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집권 후반기의 레임덕(권력 누수) 차단에 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부총리에 이어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까지 청와대 핵심 참모 출신들로 포진시켜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가게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한 청와대 측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내각에 대한 노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강화되는 셈이고 상대적으로 한명숙 총리의 위상은 더욱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발탁 등을 둘러싸고 일반 국민과 야당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조차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각에 따른 논란은 국무위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개각으로 내각에서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의 비중은 40%(8명)나 돼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높아졌다. 3명의 부총리 자리를 비롯해 통일· 외교· 국방 등 안보관련 3개 부처와 행정자치부 및 해양수산부의 장관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해찬 전 총리 때 부각됐던 정치인 출신 장관들 수는 줄어들었다. 내각에서 당의 색깔을 약화시켜 나가는 대신 관료들, 특히 청와대 참모들 목소리를 강화한 셈이 됐다.

이번 개각 과정에서 이전과는 비교될 정도로 한 총리의 제청권 행사는 물론, 당과의 사전조율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도 곱씹을 만하다. 이는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정치권 영향을 받지 않고 대통령이 독자적인 행보를 취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이 "부총리 자리는 굉장히 중요한 정무직으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나 정책방향에 정통하지 않으면 수행하기 어렵다."며 "내각에서 국정의 안정적인 관리와 마무리를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 때문에 5월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수용해야 한다는 여당 측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레임덕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을 통해 당 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도 이번 인사를 강행하기에 앞서 당의 반발을 의식, 이를 완화하려는 것이었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인사 논란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 가시화했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간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며, 정국 추이에 따라서는 정계개편의 뇌관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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