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일 첫 공개한 영화 '괴물'에 박수 터져나와

역시 '괴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올 여름 최대 화제작인 봉준호 감독의 '괴물'(제작 청어람)이 4일 오후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첫 공개됐다. 메가박스 5개관 2천석을 가득 채우고도 좌석간 통로에 빽빽이 들어앉은 언론과 영화 관계자들은 119분의 상영 시간 동안 숨 죽이며 영화를 지켜봤고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총제작비 140여억 원(순제작비 110억 원 포함)이 투입된 '괴물'은 괴물을 표현하는데 있어 한국영화의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과시했고, 생생히 살아있는 캐릭터, 관객을 순식간에 몰입시키는 힘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드라마로 또 한편의 웰메이드 상업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시사회에 앞서 주연을 맡은 송강호는 "'괴물'은 봉준호 감독이 19년 전에 구상했고, 준비를 시작한 것이 5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이 3년 된 작품"이라며 "그 긴 시간 동안의 내공이 여러분께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사흘전인 1일 오후 1시께 최종적으로 영화가 완성됐다"면서 "오래 준비한 것이 자랑은 아닌 것 같다. 이 영화가 119분동안 어떤 영화적 재미와 흥분을 줄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경영하는 한 가족이 난데없이 출현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인 '괴물'은 송강호 변희봉 배두나 박해일 고아성 주연으로 27일 개봉한다.

다음은 시사회 직후 봉준호 감독, 주연배우들과 가진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을 말해달라.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있어 그동안 부담이 많았다. 물론 행복한 기대감이긴 하지만. 감독들은 원래 타의에 의해서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는 시점이 오기 전까지 계속 수정하려고 한다. 오늘 시사회에서도 '저 부분은 좀 더 고칠 수 있는데' 하는 생각만 했다. 일종의 직업병인데, 시간이 허락하는 한 좀 더 손질을 했으면 좋겠다.(봉준호 감독, 이하 봉)

▲배우로서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분들의 느낌이 제일 정확할 듯 하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저희들 입장에서는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송강호, 이하 송)

▲한마디로 즐거웠다. 6개월간 촬영하며 있었던 일들이 영화를 보며 짧게짧게 스쳐지나가 혼자 낄낄 대며 봤다. 원래 영화를 처음 보면 배우는 자기가 했던 연기밖에 안 보인다. (박해일, 이하 박)

▲어떤 장면에서는 후시녹음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 연기는 뒤로 하고, 전체적으로 오늘 시사를 보고 영화에 대해서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다.(배두나, 이하 배)

▲저는 중간에 죽어서 뭐….(웃음) 평생 만족을 못하고 사는 게 배우다.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보고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난 지금껏 내 연기를 보며 '이게 다야'라는 생각 가져본 적 없다.(변희봉, 이하 변)

--극중 여러가지 상징과 은유가 많은 것 같다.

▲영화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개인적인 목표는 괴물 장르이긴 하지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괴물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등장 인물 역시 다른 괴물 영화 속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괴물 영화에서는 군인이나 생물학자, 머리 좋은 기자들이 나와 괴물과 싸운다.

그러나 우리 영화는 괴물과 싸우는 것이 안 어울리는, 가장 평범한 수준의, 사실 평범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여러가지 하자가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어찌보면 못나고 부족한 가족이 괴물과 싸우는 모습을 통해 그 싸움이 더 처절하게 보이길 바랬고, 그들의 주변이나 사회, 국가가 가족들을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하고 외롭게 만드는 정황을 그리고 싶었다.

괴물과 싸우고 딸을 구출하는 것을 방해하는 드라마의 플롯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풍자의 느낌이 생겨난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정치적 풍자나 코멘트가 앞서기 보다는 보다 새로운 괴물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맥락에서 출발했다.(봉)

--괴물이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다.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장희철 씨라는 뛰어난 아티스트가 괴물의 디자인을 맡았다. 난 단지 기본적인 컨셉트만 제시했다. 괴물이 크면 클수록 사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동물원의 코끼리를 보면 그 크기에 압도당하면서도 실감이 나듯 왠지 있을 법한, 그런 정도의 크기여야 하고, 괴물과 맞서싸우는 한국 배우, 한국이라는 백그라운드와 잘 어울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류의 판타지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괴수의 이미지여서는 안됐다. 압축적으로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돌연변이이고 괴생물체이긴 하지만 나름의 사실성이 있어야 했다.

말은 이렇게 쉽지만 실제 디자인 완성까지는 1년이 걸렸다. 영화에서는 최종적으로 한마리만 등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1천500마리가 탈락했다. 오디션으로 치면 1천500대 1의 경쟁률 뚫고 화면에 나오게 된 것이다. 다들 다른 영화에 가면 주인공 할 만한 선수들이 아깝게 탈락했다.(웃음, 봉)

--현장에서는 괴물 없이 어떻게 연기를 할 수 있었나.

▲이 영화 들어가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괴물이 실제 눈 앞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사전에 괴물의 모습은 미리 숙지를 해놓고 촬영장에서는 비디오 콘티를 통해 숙지했다. 사실은 시선을 잡아주는 연출부 스태프가 앞에 있어 어느 정도 상상하며 연기했다. 또 가족들이 호흡을 맞추며 연기하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라. 다같이 대항하는 느낌이 몰입을 쉽게 했다. (배)

--괴물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얘기하자면 긴데 괴물이 알고보면 참 불쌍하다. 나름대로 먹고 살려 그랬을 뿐이고, 독극물에 의해 태어났고 죽을 때도 독가스를 뒤집어 쓰고 죽지 않나. 할리우드 영화 속 마냥 카리스마 넘치고 공포감을 주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적인 캐릭터를 닮길 바랬다. 뒤뚱뒤뚱 넘어지는 등 허술한 모습을 보이다가 어떤 때는 욕구 불만에 차서 포악하고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하이틴, 질풍노도의 시기다. 17~20세. 반항하고 신경질 내고….

연기자 오달수 선배의 목소리를 삽입한 것은 이런 감정을 넣기 위해서였다. 오달수 선배는 괴물 목소리의 40% 분량을 연기했다. 괴물이 죽는 신 녹음할 때 옆에 있었지만 아주 인상적이었다. 외람된 말이지만 실제 배우에 비유하자면 카리스마 넘치는 최민수 씨 느낌 보다는 오달수 씨나 권해효 씨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할리우드로 치면 게리 올드만 보다는 잭 블랙, 스티브 부세미의 느낌이었으면 했다. (봉)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혹은 대사는 무엇인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사실은 그렇게 거창하거나 관념적이지 않다.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하면 너무나 소박하고 작은 얘기들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아이를 안고 "너 우리 현서 아냐, 같이 있었냐"고 묻는 것 자체가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 입장에서 자식의 죽는 모습마저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송)

▲영화에 가족이 나오는게 일단 재미있었다. 카메라 앞에서든 아니든 촬영장에서는 아주 재미있게 지냈다. 엔딩 장면이 가장 인상 깊다.(박)

▲난 대사의 분량이 별로 없다.(웃음) 변희봉 선생님 대사 중에서 "자식 잃은 부모 속냄새 맡아본 적 있냐. 그 냄새가 십리 밖까지 진동한다"를 들을 때 가슴이 찌릿했다. 또 찍을 때 가장 고생했지만, 재미도 있었던 합동 분향소 신이 제일 재미있었다.(배)

▲분향소 신에서 '동메달' 소리를 못하고, '똥메달'이라 발음했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방금 배두나 씨가 말한 그 대사는 참 명대사라 생각한다. 또 "야, 내 친구 조카의 사촌 매형이 순경인데…", "위에서 하라면 하는 거지" 등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변)

--소감을 한마디씩 말해달라.

▲우리 영화가 참 어렵게 탄생했다. 난 중간에 죽긴 하지만 사실 일은 끝까지 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곧바로 하얗게 변하는, 그래서 땅바닥이 마치 아이스크림을 밟고 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그렇게 추운 날도 촬영했다. 그러니 우리 영화 잘 되게 협력 좀 해달라.(웃음, 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흥행하고 싶다'는 것이다.(웃음) 영화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는 말 이자리에서 하고 싶다.(배)

▲영화를 보고 같이 즐겁기를 바란다.(박)

▲러닝타임 119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2시간 남짓의 시간을 '영화를 보며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길 바란다. 이 영화를 보는 시간 만큼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또 개인적으로 배두나의 필모그라피 중 초대박 영화가 드디어 이번에 나오게 돼 기쁘기 한량 없다. (웃음,송)

▲스태프가 고생을 많이 한 영화다.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한다. 특히 '살인의 추억' 때부터 같이 작업한 이강산 조명감독님이 도중에 몸이 불편하셔서 현재 치료 중이신데 빨리 완쾌하시길 바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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