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무2패의 월드컵 역대 전적을 말해주듯 독일은 역시 이탈리아에 약했다. 5일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 경기장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이탈리아는 연장전까지 120분의 승부가 득점없이 끝나갈 무렵 파비오 그로소와 알레산드로 델피오로의 극적인 연속 골로 독일에 2대0으로 승리,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대회 이후 12년만에 결승전에 진출한 이탈리아는 6일 포르투갈-프랑스전 승자와 10일 오전 3시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1982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네번 째 우승에 도전한다.
▷초반부터 난타전, 이탈리아 전반 주도=이 경기 이전까지 상대에 주도권을 내주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승리를 거둬온 이탈리아는 이날 전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 공격의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중원의 지휘자 프란체스코 토티의 패스는 예리함이 떨어졌지만 안드레아 피를로가 뒤에서 받치며 공격 지원에 나섰고 왼쪽 윙백 그로소는 왼측면과 오른 측면까지 파고 들며
독일 진영을 뒤흔들었다. 원톱 루카 토니 역시 폭넓은 움직임으로 독일 수비수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독일은 출장 정지 초치로 출전하지 못한 토르스텐 프링스 대신 제바스티안 켈이 나섰으나 이탈리아와의 중원 싸움에서 밀렸다. 미하엘 발라크가 고군분투했으나 발라크의 공격도 토티처럼 날카롭지 못했다. 그러나 원 톱으로 나선 미로슬로프 클로제는 패스와 돌파에서 파괴적인 위력을 나타냈다.
이탈리아는 전반 16분 시모네 페로타가 레만과 1대1로 맞섰고 31분 그로소의 크로스가 토니를 겨냥했으나 독일 수비진의 육탄 방어에 막히는 등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독일 역시 전반 34분 클로제의 패스를 받은 베른트 슈나이더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때린 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독일의 반격, 연장전으로 이어진 승부=후반 들어 수세에 몰리던 독일의 공격이 살아났다. 탐색전없이 전반 초반부터 치고받던 경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18분 포돌스키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왼발 터닝슛을 날렸으나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에 막혔다. 독일은 후반 중반 바스티안 슈바인스타이거, 다비트 오동코어를, 이탈리아는 알베르트 질라르디노, 빈첸초 이아퀸타를 투입, 승부수를 띄웠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연장전에 접어들자 이탈리아의 무서운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연장 전반 2분 질라르디노가 오른쪽 엔드라인을 허물고 들어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터닝슛을 때렸으나 골포스트에 맞았고 1분 뒤 잔루카 참브로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회심의 중거리슛을 날렸으나 크로스바를 강하게 맞고 튕겨 나갔다.
독일 역시 연장 전반 종료 직전 포돌스키가 오동코어의 크로스를 무인지경에서 머리에 맞췄지만 방향이 빗나갔고 연장 후반 7분 다시 슛을 날렸으나 부폰의 선방에 막혔다.
▷이탈리아의 결정타, 명승부를 마무리짓다=연장 후반이 끝나갈 무렵 체력 고갈이 심했으나 독일 수비수들의 움직임이 둔화된 반면 이탈리아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도르트문트 경기장에서 13승1무로 져본 적이 없는 독일 선수들은 이 '불패의 장소'에서 역시 패배한 적이 없는 승부차기를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연장 후반 14분 이탈리아의 피를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 있던 그로소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이날 전문 공격수보다 더 날카로운 공격 능력을 보였던 그로소는 패스를 받자마자 왼쪽으로 몸을 틀면서 스트라이커의 슛처럼 예리하게 반대쪽 골문을 향해 왼발로 감아찼다. 그로소의 발 끝을 떠난 볼은 레만의 손끝을 살짝 벗어나 골대 안쪽에 정확하게 꽂혔다. 결승골을 넣은 그로소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 결승전에서 서독의 골문에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고 고개를 흔들며 울부짖던 마르코 타르델리처럼 포효하며 그라운드를 질주했고 동료들이 그를 넘어뜨려 한데 엉켰다.
독일은 마지막 총공세에 나섰지만 다시 이탈리아에게 볼이 넘어갔고 질라르디노는 옆으로 돌아 들어가던 델피에르에게 패스, 델피에르가 인사이드슛으로 독일 골문을 가르며 멋진 승리를 마무리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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