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지역산업의 혁신클러스터화 성공전략

"둥근 지구가 평평해지고 있다.(The world is flat.)"는 표현이 대변하듯 무한경쟁시대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WTO체제 출범, IT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경제적 국경의 개념이 오래전에 사라졌다. 또한 중국 등 저임금 경제권의 부상으로 범용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됨에 따라 우리 경제는 신기술과 지식에 기반을 둔 지식정보화시대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거 개발연대의 정부주도의 보호주의적이고 따라잡기식 성장전략을 가지고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신제품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지식기반 중심의 혁신주도형 발전패러다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대구경북은 이같은 대외여건 변화에 더하여 서해안 시대의 개막, 수도권 공장규제 완화 등으로 대내여건이 악화되고 혁신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지역경제발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2004년 7월 지역혁신발전계획을 수립, 기존 산업단지와 지역전략산업의 혁신클러스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야심찬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혁신주체인 산·학·연·관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협력이 필수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비교적 폐쇄적인 문화적 특성과 독자기술을 보유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참여 저조, 그리고 지역대학과 연구소의 인식 부족 등으로 아직까지는 혁신클러스터의 기반인 혁신주체간 네트워크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혁신주체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함께 협력할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상호이익이 되는 사업을 발굴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핵심기술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우므로 공동마케팅, 정보공유 등을 통해 참여기업간의 신뢰를 점차 강화함으로써 협력관계를 핵심부문까지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혁신클러스터 구축의 초기단계에서는 혁신역량이 있는 대기업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한 만큼 대기업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상생의 차원에서 부품업체 등 관련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자체는 기존 경제주체의 이해관계에 흔들림 없이 전략산업을 신중히 선택, 일관성 있게 혁신클러스터를 추진해야 하며 혁신주체를 아우를 수 있는 높은 조정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무한경쟁시대에는 개별기업의 독자적인 혁신노력만 가지고는 세계환경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을 기업들에게 깊이 인식시키고 산업단지내 기업과 주변의 대학 및 연구기관간 네트워킹을 적극 중개해야 한다. 또한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해 대학 특성화를 지원함으로써 전략분야에 있어 세계적 연구능력을 갖춘 지역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 등 지역연구소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지역혁신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우수인력의 유출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인력의 확보가 어렵다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어 혁신클러스터 구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식과 핵심기술을 제공하는 고급인력이 대구경북에 유입돼 정착할 수 있도록 주택,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을 개선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한편 지역 기업들이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혁신활동에 소요되는 자금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자금지원시스템의 구축이 긴요하다. 정부는 혁신사업에 필요한 특별회계를 설치, 지역혁신발전에 일부 필요자금을 공급하고 있으나 지역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은 지역내 금융기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벤처캐피털이 취약한 지역의 특성상 은행 등 금융기관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 금융기관은 자신도 혁신주체의 하나라는 점을 인지하고 기업의 혁신역량 평가제도의 개선, 관계형 대출 강화, 지분참여 활성화 등을 통해 기업의 혁신활동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혁신클러스터는 각 경제주체의 혁신역량을 조직화·체계화해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지역의 경제주체 모두가 상생의 정신과 혁신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안세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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