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가족들과 친분이 있는 한 지인은 종종 그들로부터 전화를 받곤 한다. "○○식당은 어떻게 가지요?" "△△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죠?" 그럴때마다 그녀는 잘 모르는 곳은 물어서라도 반드시 알으켜 준다. 필요할 때마다 제깍 도움 주는 길 도우미 그녀에게 어느 날 미군가족들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 우리의 네비게이터(navigator) 에요."
'항해자','조종사' 라는 의미의 영어 '네비게이터'가 요즘 우리 생활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차량 네비게이터는 대표적인 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어디든 길을 환히 가르쳐 주니 초행길도 걱정할 게 없다. 방향감각을 잃고 우왕좌왕 헤매거나 길을 놓쳐 에두르느라 속 태울 일도 없다. 목적지만 정확하다면 룰루랄라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테니까.
우리 인생길에도 성능 좋은 네비게이터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길 아닌 길로 가면 얼른 레드 카드를 내밀고, 제 갈 길 수걱수걱 성실히 걸어가면 희망의 파란 불로 격려해 주고, 이웃을 위한 길, 나눔과 봉사의 길목에 들어서면 빵빠레를 울리며 칭찬해 주는 그런 네비게이터. 그런 것이 있다면 우리가 흔히 그러하듯 곁길을 탐내 하릴없이 서성거리지도 않고, 엉뚱한 길에서 허송세월 하지도 않을 것이고, 덫에 걸려 세상을 한탄할 일도 없을 터인데….
옛사람들은 밤바다에서 큰 풍랑을 만났을 때나 사막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하늘에서 북극성을 찾았다. 길 잃은 자들에게 길을 찾게끔 이끌어 주는 희망의 방향키였다. 그것은 훗날 나침반이 되었고, 오늘날엔 네비게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속도가 경쟁력인 시대다. 앞으로 질주하는 데만 정신을 쏟다보니 때론 목적지조차 까맣게 잊어먹는다. 세계 최고 부자인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두 사람은 속도의 빠름 보다 방향이 더 중요함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놀라운 나눔의 길에 홍콩 스타 청룽, 뮤지컬의 귀재 앤드류 로이드 웨버,마크 블룸 뉴욕 주지사 등 내노라는 세계적 명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한다. 잠자는 우리의 정신을 고감도의 자극으로 흔들어 깨우는 두 사람은 밤하늘의 북극성을 닮았다. 언제나 그곳에서 밝게 빛나며 방향을 알려주는 별. '참으로 잘 사는 길'로 안내하는 우리 삶의 네비게이터 같은 존재들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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