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를 영화로 본다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제작이 뜨거워지고 있다. 6일 개봉하는 고소영 주연의 영화 '아파트'가 강풀의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해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만화 '다세포 소녀'와 베스트셀러 만화인 허영만의 '타짜' 등도 잇따라 스크린에 옮겨진다. 지난해 '왕의 남자', '웰컴 투 동막골' 등 연극을 영화로 리메이크하는 영화계의 유행이 올해는 만화를 스크린에 담는 것으로 대표될 만큼 충무로의 두드러진 현상이 되고 있다. 독특한 작품이 많은 만화가 소재 빈곤에 허덕이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 제공처가 되면서 인기만화의 경우 원작확보 경쟁도 날로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원작 만화, 스크린 나들이
영화 '아파트'는 2004년 수백만 건의 조회를 기록했던 인터넷 만화작가 강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매일 밤 9시 56분 불이 꺼지며 의문의 죽음이 일어나는 아파트에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영화는 '가위'(2000년), '폰'(2002년), '분신사바'(2004년) 등 공포영화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안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4년 만에 컴백한 고소영이 여주인공을 맡았다.
영화는 원작만화의 유머러스한 부분을 도려내고 한국인 대부분의 일상적인 주거 공간 형태이자 폐쇄성의 대명사인 아파트에서 시달릴 법한 악몽같은 상황을 정통 공포로 처리하며 그 빈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원작의 배경이 된 서민아파트를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신축아파트로 바꿨고, 주인공을 백수청년 주인공에서 30대 초반 전문직 여성으로 설정하는 변화를 줬다.
B급 달궁의 인기 인터넷 만화를 영화화한 '다세포소녀'도 여름을 달굴 채비를 갖췄다. 1년여 작업 끝에 8월 10일 개봉되는 이 영화는 쾌락의 명문 무쓸고등학교 학생들의 섹시한 로맨스를 그린다.
허영만의 만화 '타짜'도 올 추석 개봉을 앞두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타짜'는 도박판에서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상대방을 속여 돈을 따는 전문 도박꾼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4부로 완결된 '타짜'의 1부만을 각색한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인데다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유해진 등 출연배우의 면면도 화려해 벌써부터 하반기 한국 영화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만화 원작의 영화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만화가 강풀은 영화계의 '블루칩'으로 등장했다. 아파트를 시작으로 차태현·하지원 주연의 순정 멜로물 바보(김정권 감독)가 최근 촬영을 마치고 올 가을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옴니버스 멜로물 순정만화와 공포 스릴러 타이밍은 꽃피는 봄이 오면의 류장하 감독과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이 각각 시나리오 각색중이다.
◇원작을 넘어라
충무로가 만화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그 드라마적 소재가 한 차례 검증을 받은데다 원작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만화와 영화의 만남에 오작교를 놓고 있다.
검증을 받은 만큼 제작자 입장에서 볼 때 흥행 실패의 리스크를 줄 일 수 있고, 만화를 재미있게 감상한 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손쉽게, 또는 고정 독자의 절반만 극장으로 찾아도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존의 성공 사례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본 만화를 각색한 영화 '올드보이'는 국내에서의 흥행은 물론 칸 영화제 수상의 쾌거까지 거뒀으며 고소영, 정우성의 영화 '비트'도 터지고 깨지는 아이들의 싸움과 고된 삶을 소재로 한 허영만 만화를 원작으로 해 당시 10대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양동근 주연의 '바람의 파이터'는 최배달의 삶을 소재로 한 방학기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주관객이 중·장년층에서 10대, 20대의 청소년·청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영화계에서 만화의 위상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만화는 다른 장르보다 속도감이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잘 맞는 소재가 되는 것. 배우들 또한 이 점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인기 만화를 각색한 작품에 대해선 캐스팅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원작 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데 있어서는 원작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어떻게 그걸 영화적으로 바꿔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들 영화는 원작 만화의 내용을 많은 관객이 이미 알고 있다는 한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만화적 상상력을 어떻게 영화적 리얼리티로 바꾸느냐하는 것은 손쉽게 소재를 채용한 이들 영화들이 흥행 낙관에 앞서 풀어야할 숙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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