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전당대회 '수도권 對 비수도권'으로 번지나?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지역주의 싸움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이 정치적 근거지인 후보들은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대수도론'에 이어 전당대회도 '수도권 대 비수도권' 구도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출신이 당 대표 되어야 한다?=경기도 여주·이천이 지역구인 이규택 후보는 4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서울·강원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지난 선거에서) 영남보다 서울·경기도·인천 등 수도권에서 표를 압도적으로 많이 받은 것은 한나라당이 차기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좋은 징표"라며 "영남당 이미지를 벗어나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수도권 출신 후보가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을 강조한 반면 영남을 평가절하하면서 새로운 지역주의를 유도하는 듯한 발언이다.

특히 고향은 경북 영양이지만 서울 은평을이 지역구인 이재오 후보도 17대 개원 초기 '영남권 병참기지론'을 주장한 바 있어 수도권 출신 전대 출마자들의 비수도권 폄하 발언이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영남권 병참기지론'은 영남 지역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표만 몰아주고 당무에는 관여하지 않은 채 뒷전에 물러앉아 있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수도권 출신 후보들의 이같은 수도권 이외 지역 폄하 발언에 대해 다른 전대 출마자들은 발끈했다. 비례대표 의원인 전여옥 후보는 연설회가 끝난 뒤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경기도를 대표해서 나온 분이므로 그렇게 얘기 한 것"이라며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 지역주의 발언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재섭 후보는 "공이 있으면 상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선거 때마다 바람몰이와 몰표를 주는 곳을 천대시하는 이상한 풍토는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수도권에 몰입하나?=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지 기반을 낮춰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에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따라서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도 가장 많다.

이번 전당대회만 하더라도 서울·경기·인천 지역 대의원 수는 2천400여 명으로, 16개 시·도 전체 대의원 수(7천800여 명)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대구·경북과 비교하면 2.5배 많고 부산·경남보다는 2배가량 많다.

따라서 '수도권 출신 인사가 대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수도권 표만 끌어오면 당선권 안에 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 출신 의원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고 지적했다. 대구의 한 초선의원은 "수도권에는 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영남당이라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대선에 역효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방 출신 의원도 "야당이 정권을 창출하는데 영남후보가 어딨고 수도권 후보가 어딨느냐?"며 "열린우리당이 호남 출신인 정동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체제로 간 적도 있었지만 호남당이라고 비난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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