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대한 사회 인식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저는 골프를 통해 신체적인 장애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습니다. 장애인들에게도 골프는 좋은 운동입니다."
지난달 21일 선산컨트리클럽 13번 홀에서 왼팔 하나만 사용해서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장애인 골퍼 박희규(64·한일제면 대표) 씨는 "장애인들도 큰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주변에 대중 골프장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골프 얘기를 들려줬다.
젊어서부터 솜 공장을 운영하다 30대 중반에 오른쪽 팔을 잃은 박 씨는 등산으로 아픈 마음도 달래고 체력도 단련했다.
그러나 매화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큰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등산을 그만뒀고 1980년대 중반 처남이 사다준 골프채를 잡게 됐다. 처음에는 집에 몰래 숨어서 골프채를 휘둘렀지만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골프연습장도 찾았다. 한 팔로 골프를 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의수를 이용해 독(?)하게 골프에 매달린 덕분에 실력도 부쩍 늘었다. 정상인처럼 호쾌하게 드라이버를 칠 수 없기에 비거리가 짧은 약점을 안고 있었지만 쇼트 게임에서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수년 전 청주 공군사관학교 골프장(18홀)에서 최고 성적인 88타를 기록했고 골퍼들의 꿈인 홀인원도 3차례나 맛보았다.
박 씨는 "젊을 때는 더 좋은 타수를 내려고 욕심도 부렸지만 이제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드를 나간다."며 "라운딩 때 몰랐던 나의 장애를 목욕탕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놀라곤 하지만 골프도 장애인들이 넘어설 수 있는 운동 중 하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박 씨는 또 "장애가 생활에 큰 불편을 주었지만 골프로 알게 된 주위 사람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며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박 씨의 며느리 오영미 씨는 "젊어서 팔을 잃은 시아버지에게 골프는 자신과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삭이는 역할을 했다."며 "시아버지가 이룬 조그마한 성과가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연을 본사에 보내왔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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