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는 강호들이 등장한 8강전부터 독일월드컵 경기의 재미는 의외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상대를 만나 떨어지면 끝장인 상황에서 수비에 중점을 두며 플레이하다 보니 골 가뭄이 빚어졌고 이는 이번 월드컵대회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대회 이후 가장 득점이 낮은 대회로 특징지우게 했다.
6일 오전4시 뮌헨 경기장에서 격돌하는 프랑스와 포르투갈도 8강전에서 1대0, 0대0(승부차기 3대1)의 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두 팀은 축구의 예술적 측면을 보여주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4강전이 둔탁한 대결이라면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4강전은 둔탁함과 자유로움이 어우러진 대결이어서 관전 재미가 나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아름답고 파괴적인 프랑스 축구=1998년 월드컵 우승과 유로2000 우승으로 절정을 달렸던 프랑스의 '아트 사커'는 당시보다는 못하지만 이번 월드컵 16강전부터 위력을 드러냈다. 프랑스 축구의 특징은 남미식의 뛰어난 개인 전술과 유럽의 힘, 조직력을 결합한 것인데 각 포지션이 특징적으로 요구하는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유기적인 조직력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화려하고 절묘한 드리블, 볼 컨트롤, 패싱 능력을 갖춘 지네딘 지단을 중심으로 티에리 앙리, 프랑크 리베리와 플루랑 말루다 등 공격 지향적인 선수들은 스피드와 개인기, 골 결정력 등 공격 능력이 뛰어나고 공·수를 겸비한 파트리크 비에라를 비롯, 클로드 마켈렐레, 윌리 사뇰, 릴리앙 튀랑, 윌리엄 갈라스, 에리크 아비달은 브라질의 공격을 무력화시켰을 정도로 막강한 수비를 자랑한다.
일명 '크리스마스 트리 대형'으로 불리기도 하는 프랑스의 4-2-3-1 전법은 그래서 제대로 플레이가 펼쳐질 경우 아름다우면서도 파괴력이 강하다.
▷경쾌하지만 끈끈한 포르투갈 축구=4-5-1 전법의 포르투갈 축구는 프랑스 축구에 비해 파괴적인 힘은 덜 느껴지지만 좀 더 자유롭고 경쾌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데쿠, 루이스 피구의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코스티냐, 마니시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상대 진영으로 짧은 패스를 펼치며 전진한 뒤 페널티 에어리어에 도착하면 원 톱인 파울레타와 함께 자리를 바꾸는 빠른 움직임과 창의적인 패스로 득점을 노린다. 이 과정의 움직임은 프랑스보다 축구의 자유로움을 더 많이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은 여기에다 투쟁력을 불어넣어 미드필더부터 펼쳐지는 강한 압박으로 수비도 안정화시켜 놓았다.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카르발류가 동료와 함께 웨인 루니를 겹수비하다 반칙을 당해 퇴장시킨 장면은 포르투갈 수비의 만만찮은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 약한 포르투갈, 이번에는 이길까=프랑스는 역대 전적에 비추어 포르투갈에 강했고 이번에도 다소 우세할 전망이다. 승부의 관건인 미드필드 싸움에서 포르투갈의 데쿠와 피구가 뛰어나긴 하지만 갈수록 위력을 떨치고 있는 비에라와 마켈렐레의 장벽을 깨뜨리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의 무게감에서도 파울레타는 앙리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사상 처음 월드컵 결승 진출을 노리는 포르투갈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5승1무15패(40득24실)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1975년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7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졌다. 유로2000 준결승에서는 누누 고메스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지만 앙리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후 연장전에서 지단에게 페널티킥 골든골을 허용,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2000년보다 노쇠했고 포르투갈은 그 때보다 더 강인해졌다. 포르투갈이 의욕을 불태우는 대목이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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