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새 가구 증후군

좋은 새 집을 갖는 건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하지만 새 아파트 입주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없지 않다. 이른바 '새 집 증후군' 때문이다. 국정감사 등 각종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단열재'접착제'벽지'바닥재'페인트 등 여러 건축 마감재에서 포름알데히드'벤젠'톨루엔 등의 화학물질들이 방출돼 피부염'두통'천식'피로 등 환경질환들이 빈발한다. 말하자면 쾌적해야 할 주거 공간이 거의 가스실 수준이라고나 할까.

○…특히 새 집 증후군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름알데히드는 단열재나 합판'섬유'가구 등의 접착제로 널리 쓰이고 있어 큰 문제다. 간'혈액'신경계 등에 해를 끼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톨루엔도 환경질환들을 일으키기는 거의 마찬가지다. 가구의 냄새와 악취와 관련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이 2002년엔 34건이었으나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해는 99건이나 됐고, 가구 중엔 소파가 92건이라 한다.

○…새 가구 소비자 5명 중 2명 이상이 눈이나 목이 따가운 증세를 느끼고 있어 가구에 문제가 많음이 입증됐다. 소보원 조사에 따르면 87.5%가 가구에서 자극적인 냄새를 맡았고, 43.6%는 눈'목 따가움 증상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소파'부엌가구'침대'사무용 가구 등 9종에서 환경마크 인증 기준 초과의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됐다고 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많은 곳에 있으면 두통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발암물질로 밝혀진 포름알데히드에 장시간 노출되면 정서 불안이나 기억력 감퇴를 부를 우려가 크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런 유해물질이 기준치보다 많이 방출되는 가구들이 환경부가 부여하는 자율인증인 환경마크를 어떻게 해서 따낼 수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보원 관계자에 따르면 새 집 증후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가까스로 건축자재에 대한 유해물질 배출 기준은 마련됐으나 여태 실생활과 밀접한 생활가구에 대해선 관리 기준이 없는 실정이라 한다. 가구를 만드는 데도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환경친화적 자재와 유해물질 방출 억제 효과가 큰 마감재를 쓰는 건 물론 출고 전 유해물질이 충분히 방출될 수 있는 보관 기간을 갖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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