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미사일 왜 발사했나

"잃은 것이 없다." 북한이 5일 새벽 중거리 미사일과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사한데는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잃은 것이 없다'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가 당장 북한에 그 어떤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한반도 위기지수를 높임으로써 대북문제에서 시간끌기를 하는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손익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국제사회에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자 미국과 협상용임을 숨기지 않았다.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우리의 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해 미국이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미국이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북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일본에서 북한을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달 21일 "오늘의 사태(미사일 발사)가 실로 심각하다면 무수단리에서 탄도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강변하는 측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며 미사일 발사가 한 달 후 또는 1년 후일수도 있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의 스탠스를 굽히지 않으면서 북한이 내심 바랐던 강력한 협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북한은 발사를 할 것이냐 마느냐의 으름장에서 발사를 전격 단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북한 미사일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미국이 서둘러 협상에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셈이다. 실제 북한의 미사일 움직임이 심각해지자 리처드 루거(공화)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북한의 핵과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전제로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에너지 지원 및 북미관계정상화 등을 미 의회가 입법을 통해 보증하는 '북한관계법(가칭)'의 입법을 추진하는 등 미국 내에서는 대북협상에 나서라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진다고 해도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이번 미사일 발사에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북한은 핵실험과 달리 이미 1998년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 발사를 경험한 데다 이후에도 단거리 미사일은 거의 해마다 발사해 왔으나 그동안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로 알려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유엔 안보리를 통해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안보리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났다. 아울러 미사일 발사 능력을 시위하고 그동안 자신들이 해온 강력 대응 주장이 단순히 '엄포'가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개발 발사는 한 나라의 자주적 권리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인데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자신들의 군사적 억제력이 강력하고 언제든지 미국의 선제공격 등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고 했다는 것.

이외에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군부 등 북한 내 강경파의 정세 오판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동안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 등의 양보를 이끌어낸 경험으로부터 이번에도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강경파의 주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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