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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비전 II' 박헌걸·신경애 씨 작품전

현대 회화는 파격으로부터 시작됐다. 피카소, 마르크 뒤샹, 앤디 워홀 등은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작품으로 미술계에 등장했다. 이들의 상식 파괴는 결국 '미술은 캔버스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어떤 것'이라는 개념도 벗어나게 했다. 무수한 재료와 기법으로 실험하는 현대의 작가는 그만큼 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

11일까지 한기숙갤러리(053-422-5560)에서 열리는 '블루 비전 Ⅱ'의 작가 박헌걸·신경애 씨의 작품도 캔버스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박 씨는 "(넓이와 두께를 가진) 캔버스 자체가 갖는 사각형태의 3차원성에 만족하지 못해 캔버스의 형태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 회화도 조각도 아닌 'A thing'(임의의 물체)이다.

박 씨의 캔버스는 공간 그 자체(아크릴로 만든 대형 설치 작품)가 되기도, 박스 안(뫼비우스의 띠 작품 등)이나 폴리오크레 판 위로 제시되기도 한다. 오브제 작업을 넘어 다양한 매체를 자유롭게 사용한 작품 12점이 전시 중이다.

신 씨도 '입체·설치 작품은 회화의 연장'이라 생각한다. 8년 전 회화로부터 시작된 포크 작업은 최근 한지에 파라핀을 입힌 대형 설치작품으로 이어졌다. 나무 지지대를 통해 천정에 매달린 거대한 포크는 "나무틀 속에 짜인 캔버스 위 회화가 3차원적으로 확대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신 씨의 설명. 다음 작업으로 신 씨는 우유를 선택했다. 우유를 가열하면 생기는 막으로 포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지나 우유 모두 신 씨가 '투명성'을 나타내기 위해 선택한 재료들로 오랜만에 선보이는 평면작품(드로잉)도 마찬가지. 특별히 은필(銀筆)로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포크를 중첩해 그렸기에 구체적인 실상을 전해주지는 않는 작품들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 은필이 산화하면 형상이 드러날 작품. '불확실한 인간의 인식에 기반한 일루전'을 전해주는 작품 17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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