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독일월드컵축구의 열풍이 국내 프로축구에 연결되지는 않았다.
한 달 휴식을 끝내고 프로축구 K-리그로 문을 연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검은 구름이 잔뜩 낀 5일 7시30분.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렸지만 4만4천500명 수용규모의 축구장에는 고작 4천278명의 팬이 듬성듬성 앉았을 뿐 한때 스탠드를 가득 메웠던 '붉은 물결'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부석 왼쪽에 자리잡은 열혈 서포터스 150여명이 구호를 외치며 응원을 보냈고 맞은편에는 시민들과 군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별 감동없이 느긋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아드보카트호의 주축 멤버였던 이천수(25.울산)와 최진철(35.전북)간 맞대결이 벌어져 '혹시나' 많은 관중이 몰릴 것을 기대했지만 썰렁한 분위기였다.
지난 5월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대표팀과 평가전에 6만여 명이 모인 것과는 완전한 대조를 이뤘다.
지난 달 24일 독일 하노버에서 스위스와 벌인 조별리그 최종전을 눈물로 마감한 뒤 모두들 "K-리그가 살아야 대표팀이 산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한국프로축구연맹도 "2002년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모두 공염불이 된 듯 했다.
물론 아직 독일월드컵 4강전이 현재 진행형이고 평일 밤에 열리는 탓에 관중이 적을 수도 있지만 과거 월드컵이 끝난 뒤 처음으로 치러진 프로축구의 관중과는 사뭇 달랐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한 경기당 첫 K-리그 평균 관중은 3만797명이었고 4강 신화를 이루기 전인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1만8천431명, 1994년 미국월드컵 9천667명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수치다.
월드컵 조별리그 토고와 경기에서 프리킥 동점골을 넣었던 이천수는 경기 직후 "월드컵의 영향으로 관중이 많을 줄 알았는데 너무 적어 안타까웠다"며 "선수들이 더 분발할 수 있도록 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태극전사의 '맏형' 최진철도 "한국의 월드컵 성적이 좋지 않아서인지 예상보다 너무 관중이 적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홈팀인 울산은 이러한 저조한 관중에 대해 "예상했던 그대로"라며 애써 담담해했다.
울산 구단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축구 팬들이 독일월드컵에 관심을 보이면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소홀한 것 같다. 또 장마철인 데다 지금이 시험기간이어서 학생들도 경기를 보러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자위했다.
월드컵의 현란한 플레이에 국내 축구팬들의 눈이 워낙 높아진 탓에 K-리그는 4년마다 한 번씩 격게 되는 '몸살'을 올해도 또 겪어야 할 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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