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국, 1400년 만에 첫 상원의장 선출

영국 상원이 1천400년 전통을 깨고 사상 처음으로 상원의장을 선출했다.

상원 개혁의 한 이정표가 될 선거에서 전 노동당 농무장관 출신인 헬렌 헤이먼남작부인이 4일 8명의 경쟁 후보를 누르고 상원의장으로 뽑혔다고 더 타임스 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제 총리가 임명하고, 상원의장, 대법원장, 헌법 장관을 동시에 겸했던 로드 챈슬러(Lord Chancellor)라는 직책은 폐지되고, 선출직 상원의장(Speaker of the Lo rds)은 정부 각료와 대법원장 직을 겸하지 않고 오로지 상원의장 직만 수행하게 된다.

헌법부 장관과 대법원장은 마지막 로드 챈슬러였던 찰스 팰코너가 계속 맡는다.

신임 헤이먼 상원의장은 과거 로드 챈슬러와 달리 전통식 복장인 스타킹과 가발 착용을 하지 않지만, 영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의 양모를 집어넣은 방석인 울색(Woolsack) 의장석과 금으로 장식한 검은 가운은 그대로 물려받는다.

헤이먼 의장은 노동당 당적을 버려야 하며, 외부에서 활동하는 직책도 그만둬야한다. 대신 매년 10만2천685파운드의 보수와 3만3천990파운드의 주택수당을 받는다.

아들 넷을 둔 헤이먼 의장은 25세 때 노동당 하원 의원으로 선출됐고, 블레어 1 기 정부에서 농무장관을 지냈으며, 출산 후 의회 안에 여성의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것을 주장하고, 무더운 여름날 하원에서 구두를 벗어 버리는 행동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과거 보수당, 남성, 사립학교 출신 종신귀족이 압도적 위치를 차지해왔던 상원에서 유대인 이민자 가족의 후손이고, 사립학교를 다니지도 않았으며, 1974년부터 1 979년까지 노동당 하원 의원을 지낸 여성이 상원의장으로 뽑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더 타임스는 분석했다.

타임스는 헤이먼의 상원의장 선출은 귀족 상원이 열심히 일하는 중산층 전문직 상원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과거 총리가 임명하던 상원의장이 정부 각료직을 맡지 않고, 선출직으로 바뀜에따라 상원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일부 의원들은 환영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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