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손선기(71·대구 달서구 월성동)·배인기(68·대구 달서구 상인동) 할아버지의 손에는 공구가 잔뜩 들려 있었다.
이들이 곧장 달려간 곳은 이웃 서말연(70) 할머니 집. 중풍으로 움직이기가 불편한 서 할머니 집에서 2시간여 동안 깨진 양변기를 수리했다.
그리고는 깜빡이던 거실의 형광등도 갈아 끼웠다. 할머니는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손 할아버지와 배 할아버지는 보건복지부 지정 노인자활 후견기관인 '달서시니어클럽'에 소속된 '노인 주거개선사업단'의 자원봉사 단원.
사업단에는 어르신들이 33명이나 된다. 올 4월부터 대구 달서구 지역을 중심으로 어려운 형편의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집을 고쳐주고 있다. 이들이 여태까지 고쳐준 집만 100여 채. 하루에 한 집 이상 들러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공사(公社)에서 엔지니어로 37년 간 근무했다는 배 할아버지. "자신의 기술을 밑천삼아 봉사에 나선뒤 손자들이 "우리 할아버지는 대단한 분"이라고 말한다며 "존경받는 할아버지가 됐다."고 좋아했다.
"지난달엔 곰팡이가 핀 방을 수리하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는데 집주인 할머니는 이웃에게 1천2백 원을 빌려 샌드위치 4개를 사 왔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먹을 수 없었어요. 그 가난한 할머니는 1천200 원을 갚으려면 그 다음 날 굶어야 하거든." 손선기 할아버지는 "세상에 이렇게 봉사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여태까지 헛살았다."고 했다.
노인 주거개선단의 활약이 필요한 이유는 홀몸 노인들이 갈수록 늘기 때문.
노인들만의 독립가구는 지난 1995년 36%에 머물다, 2000년 45%, 2004년엔 51.2%까지 높아졌다. 주거형태도 노인들의 자가주택이 전체의 77%에 이르러 가난하고 힘 없는 노인들은 집을 손보기가 어렵다.
대구 달서시니어클럽 지영배(28) 팀장은 "노인들이 노인들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Care) 바람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어르신들 마음은 어르신들이 잘 아는 만큼 봉사단은 정말 필요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문애경(40·여) 씨는 "올해 처음 시작한 노인 주거개선 사업단의 반응이 너무 좋아 내년에는 대구 전역으로 확대, 혜택을 받는 노인 숫자를 두배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달서구, 중구, 동구, 남구에서 이 사업이 시행중이며, 순위(1순위 65세 이상 독거노인, 2순위 75세이상 부부가구, 3순위 65세이상 부부가구, 4순위 65세이상 일반노인가구 등)를 정해 순위대로 우선적으로 혜택을 주고 있다(문의 복지콜센터:국번없이 129).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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