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가족 생활의 주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경북 청도군 남성현 송금리에서 문을 연 '와인터널'은 부부·연인·가족·친지의 즐거운 여름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 입주를 앞둔 아파트 가운데는 33평형까지 미니 와인셀러를 설치, 와인이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음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가족 모임이나 친지 기념일에 와인을 기념주로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할인점이나 주류 전문점에서 실속형 와인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
◇ 와인 터널에서 여름 잊고, 감와인 즐겨요
시원한 터널에서 한잔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 터널'은 여름 가족 모임 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새로 철로가 놓이면서 폐기된 구 남성현 터널이 와인 저장고 및 감와인 전문 레스토랑으로 단장되자, 청도군민은 물론 인근 대구 등지에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려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김민승(32· 청도읍 고수리)씨는 동갑나기 아내 박상선 씨와 자주 이곳을 찾는다.
"퇴근하고 아내와 같이 와인 터널에서 와인 한잔을 하다보면 더위가 물러가고, 하루의 피로까지 씻게 된다."고 김씨는 말한다. 김 씨 커플은 와인 터널에서 오래 있으려면 긴 팔 스웨터나 점퍼 등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숙희 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와인 터널에서 감와인을 마시며 즐기다가 남은 와인의 병에 이름을 적어 보관해두었다. "감와인은 화이트 와인인데도 생선 뿐만 아니라 육류에도 잘 어울린다."는 이 씨는 감 와인 특유의 떫은 맛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다음에 와서 남은 와인을 마실 예정이다. 물론 일본에서는 와인 터널에 마시고 남은 와인을 보관할 경우 연간 보관료 2천엔을 받는데, 그 숫자가 1백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도 와인 터널에서는 보관료를 별도로 받지 않는다. 강원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대구 청년 허진혁 씨는 "결혼 기념일에 맞춰 와인을 사서, 터널에 부부와인으로 별도 보관해두었다."며 아내가 무척 좋아했다고 말한다. 허 씨는 특별히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면 와서 보관 와인을 개봉할 생각이다. 이곳에 보관 중인 와인 병에는 갖가지 사연들이 적힌 먹다 만 와인병들로 그득하다.
국내에서 유일한 이 '와인 터널'은 실내 온도가 섭씨 13~15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는 피서용, 겨울에는 피한용으로 제격이다. 영동 지방에 와인 터널이 있다고는 하지만, 길이가 불과 50m 내외에 불과, 무니만 와인 터널이다.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명치 37년)에 완공된 구 남성현 터널은 천정을 붉은 벽돌로 쌓고, 벽면을 자연석으로 만들어 국내 터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터널 가운데 하나이다. 전국의 폐 터널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은 (주)SOC건설엔지니어링 최의정 지하시설부 부장은 "다른 터널은 시멘트로 된 곳도 많다. 무려 108년 전에 완공된 구 남성현 터널은 벽돌 터널로 아주 예쁘고 특이하다."고 전한다.
'와인 터널'을 운영하는 하상오 사장은 "청도의 특산물인 감의 활용 방안을 생각하다가 세계에서 유일한 감 와인을 생산하게 됐고, 마침 경부선 이설로 용도 폐기된 구 남성현 터널을 친환경적인 와인 저장고 겸 와인 전문점으로 꾸미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 일본의 와인 도시를 견학하고 돌아온 하 사장은 "온·습도에 민감한 와인을 대부분 지하 터널에 저정한다."면서 일본에서는 와인 판매량 급증에 따른 국내 와인 개발이 활발하다고 전한다.
한편 청도군에서는 청도 상설투우장, 용암 온천과 함께 국내에서 유일한 와인 터널을 트라이앵글로 연결, 본격적인 청도의 관광상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33평형에 미니 와인셀러 달려나와
"어머, 미니 와인셀러네. 너무 좋아!"
지난 25~26일 남구 이천동 뜨란채 입주자 사전 점검을 나간 이들은 한결같이 주방을 보고 놀랐다. 33평형 보급형 아파트에 다섯병의 와인을 눕혀서 보관할 수 있는 약식 와인셀러가 부착된 주방 가구가 시공된 것을 보고 호평이 쏟아진 것이다.
"이제는 주공에서 짓는 아파트도 시대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네요."라는 예비 입주자들은 기념일과 이벤트를 즐기는 젊은 주부들의 심리를 잘 겨냥한 주방설계여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는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그만큼 대중화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반영해주는 사례이다. 다소 생활의 여유가 있는 중 대형 고급 아파트 입주자 뿐 아니라 주로 젊은 층, 맞벌이, 서민들이 많이 사는 33평형 실속형 아파트까지 와인셀러를 설치한 평면을 만들 정도니 와인을 찾는 인구가 그만큼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 홈플러스나 이마트 등에서는 와인 판매량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국산 와인은 거의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msnet.co.kr 사진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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