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지하 시인 '매일 창간 60주년에 부쳐'

매일신문 창간 60주년.

잠시 눈을 감고 합장하니 '언전(言戰)' 한마디가 슬며시 떠오른다.

의암(義菴) 손병희선생의 '삼전론(三戰論)'. 종말이면서 새로운 시작인 '혼돈적 질서(渾沌的秩序)', 후천개벽에 임해 세가지 불가피한 전투를 치르지 않을 수 없으니 도전(道戰·도덕적 전투), 재전(財戰·경제적 전투), 그리고 마지막의 언전(言戰·언어적 전투)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미 땀투성이, 피투성이로 경제건설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다. 이제 우리는 언론의 전투, 문화적 대창조의 과제 앞에 우뚝 서있다. 언어적 전투의 제일선은 언론이다. 민주주의도, 경제성장도 바른 언론의 전투 없이는 적막강산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 매일신문의 대언전(大言戰)이 크게 기대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한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후천개벽은 다름 아닌 생명과 평화의 완성이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마지막 전투인 언어적 전투는 생명과 영성의 '모심', 생명과 영성의 '살림', 생명과 영성의 '깨침'의 삼단계 과정에 따른 문화 대창조인 것이다.

그것의 정치적 전개로서 직접적·전원일치적 생명 민주주의를 겨냥하는 새 화백(和白), 그것의 경제적 실현으로서 교환·호혜의 이중적 생태경제를 지향하는 새 신시(神市), 그것의 문화적 차원변화로서 생명과 평화의 영성문화를 목표로 하는 새 풍류(風流)를 스스로 제언하고 살려서 만인이 그것을 깨치게 하는 언전(言戰)의 대전투를 해야 한다.

이제 그 전투가 본격화할 때다. '포스트 한류'라고 부르는 한류의 고급 콘텐츠의 창조가 바로 그 전투의 시작이다.

그것이 영남으로부터, 영남의 매일신문으로부터, 마치 최수운이 시에 읊조린 것처럼.

용담의 물이 흘러 네바다 근원으로 흐르고

구악산에 봄이 와 한 세상이 꽃·꽃·꽃

(龍潭水流 四海源·용담수유 사해원)

(龜岳春回 一世花·구악춘회 일세화)

이처럼 온지구에 널리 퍼져 마침내는 전인류 문명사, 문화사와 온지구의 역사가 대전환을 맞이할 때까지 언론이 정론 비판과 문화적 창조를 위해 끝끝내 싸워나가는 일.

우리는 매일신문의 바로 그 언전(言戰)을 기대한다. 다시 한번 창간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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