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도를 가다] 780여종 동식물 서식 '생태계 보고'

독도는 하나의 섬을 넘어 우리나라 국토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지리적 지형 및 지질, 생태 식물학적으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랫동안 무인도로 방치돼 제대로 된 생태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그나마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10개월에 걸쳐 국립환경과학원 생태조사단이 독도 동도의 4계절 생태환경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은 다행이지만 서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나와 있지 않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독도에는 조류 107종과 식물 59종, 곤충 93종, 해조류 160종, 해양무척추 동물 368종 등 78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도는 생태계의 보고

본지 창간 특집 취재진은 지난 6월 3일 독도에 상륙, 동도 해발 40m 경비대 물탱크 지점에서 천연기념물 324호인 소쩍새 촬영에 성공했다. 천연기념물로 울릉도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쩍새는 몸길이 15~20cm 크기의 황색과 검은색의 점무늬 모양으로 지금까지 국내 학회에서 실시한 독도 생태계 조류조사에서는 촬영되지 않았다.

지난 6월 2일 독도 현지에서 학술모니터링 조사를 벌인 박희천(58·경북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독도 서도 현지에서 육안으로 소쩍새 2마리를 발견했지만 사진 촬영에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울릉도에서 기류를 타고 87.4km나 떨어진 독도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육식성 조류의 생존여건이 열악한 독도에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 등 생태계 먹이사슬 확장 등이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생태조사에서 독도에는 멸종위기종 1급인 매, 2급인 벌매, 솔개, 뿔쇠오리, 물수리, 흑두루미 등 8종을 비롯해 괭이갈매기 1만여 개체, 바다제비 60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물은 울릉도 특산식물인 섬장대를 포함, 도깨비쇠고비 등 59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관찰됐으나 지형 및 기상 조건이 식물 생육에 적합하지 않아 본섬 울릉도에 비해 다양성이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울릉도에 없는 '번행초'가 발견돼 독도의 식물정착이 울릉도와는 별개로 이뤄졌음이 밝혀졌고, 유채, 소리쟁이 등 19종은 자생종이 아닌 외부 유입종 또는 옮겨 심은 식재종으로 나타났다.

곤충은 딱정벌레 목 22종, 나비 목과 파리 목이 각각 17종, 노린재 목과 매미 목이 각각 10종, 벌 목이 9종으로 나타났다.

또 독도연안의 수산자원 중 어류는 오징어, 볼락 등 104종, 해조류는 160종으로 이중 동도에서 발견된 것은 녹조류 17종, 갈조류 52종, 홍조류 90종이며 서도는 녹조류 13종, 갈조류 26종, 홍조류 46종으로 나타났다.

지하수는 서도의 서편 해안(물골) 바위동굴 하단에서 1일 400ℓ의 물이 유출되고 있으나 소금기가 강하다.

지난 1996년 8월 농어촌진흥공사 조사팀(이기철 등 2명)이 지표 및 지질구조를 조사한 결과 독도의 지하수 부존량은 1일 1천100~1천200ℓ가량으로 동도엔 100~200ℓ, 서도엔 1천ℓ 정도의 지하수를 기대할 수 있는 수맥을 발견한 바 있다.

◆독도에서 자라는 나무들

독도에는 현재 나무가 자라고 있다. 독도 유인도화 운동이 시작된 지난 1973년부터 94년까지 '푸른 울릉·독도 가꾸기 모임' 등 각종 독도사랑 단체들이 10여 차례에 걸쳐 나무를 심었기 때문. 이들 단체들은 동·서도 일대에 보리장, 동백, 섬괴불, 향나무, 사철나무, 후박나무 등 울릉도 향토수종 1만1천여 그루를 심었고, 그 결과 현재 500여 그루가 서도 물골 상단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중 섬괴불 나무 200여 그루는 3m 이상 크기로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천(경북대 임학과) 교수는 "섬괴불 나무는 지구상에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며 아직 독도에서는 자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섬괴불이 독도에서 잘 자라는 것은 독도가 섬으로서 각종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도를 지켜야 할 또 다른 이유=어자원의 보고인 독도 주변 해역은 황금어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북한 난류와 남쪽의 쓰시마 난류가 교차하는 곳으로 연어, 대구, 명태, 오징어 등의 어류가 풍부하다.

또한 수심이 깊어 해양과학 전초기지로도 유리하며, 바닷속 200m 밑에서 솟아나는 심층수는 태양빛이 닿지 않아 풍부한 미네랄과 유기질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지하자원. 한국가스공사와 지질자원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00년부터 4년간 동해 전 해역에 걸쳐 광역 기초탐사를 벌인 결과 울릉도와 독도 근해 수심 1천500m에 LNG 환산으로 6억t가량의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다는 것. 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6억t은 국내 연간 소비량의 30년치로 무려 252조 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양이다.

◆계속돼야 할 조사들=그동안 대부분의 학술조사는 필요할 때마다 짧은 시간에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점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번 조사는 동도에만 그쳐 아쉬움을 남겼지만 4계절에 걸쳐 독도의 자연생태계를 조사했다는 데 그 의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독도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학술적인 토대를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한 형편이다.

특히 학자들의 독도 연구는 문헌을 근거로 한국 영토임을 강조하는 역사 연구에 치중됐던 것도 독도의 각종 생태계와 해저 광물자원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 활동을 제대로 벌이지 못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동도에 대한 생태조사에 이어 서도는 물론, 해저 등 독도 전반에 걸친 조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독도 연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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